[비즈니스 인사이트] 브랜드 가치는 기업의 '몸짓'을 '꽃'으로 바꾼다

입력 2023-03-26 17:58
수정 2023-03-27 00:01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이 불닭볶음면과 너구리 라면을 합친 ‘불그리’ 레시피를 공개하자 농심이 상표를 출원했다. 상표권이 침해될 소지가 크기에 취한 조치다.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분쟁 소지가 있었다. 미국 특허청 기록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의 소프트웨어 기업 META INC가 2021년 4월 페이스북에 상표를 매각했다. 메타는 메타버스를 추구하는 기업이라 브랜드 이름이 중요했다.

제품과 서비스의 속성을 잘 표현하는 브랜드 이름은 소비자에게 추가 설명 없이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의미를 잘 전달한다. 고객에게 존재를 각인시키고 멋진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 그래서였나? 현대 브랜드 이론의 아버지 데이비드 아커는 브랜드 이름은 주방 식탁에 앉아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브랜드 이름은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까지 표현했다.

마케팅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게 브랜드 이름 짓기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어떤 이들은 상표가 돈이 된다고 생각해 매각을 염두에 두고 투자 관점에서 도메인을 선점한다. 브랜드 이름은 존재의 의미다. 우리가 좋아하는 시 김춘수의 ‘꽃’을 소리 내어 읽어 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름이 부여되는 순간 존재의 의미가 시작되고 새롭게 구별된 개체가 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경우 무슨 의미가 있나. 아무 의미 없는 무의미한 관계였다가 서로 이름을 알고 다정히 불러주면 다가갈 수 있다. 브랜드와 관련한 몇 가지 사례를 생각해 보며 의미를 되새겨 보자.

제품명이 보통명사가 되면 가장 성공적인 이름 짓기가 아닐까. 입을 가글할 때 사용하는 가그린, 상처 났을 때 붙이는 대일밴드, 소형 승합차를 의미하는 봉고는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브랜드 이름이다.

마케팅 모델과 제품 간 매칭도 완벽해야 한다. 작고한 이병철 삼성 회장은 “세상에서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세 가지 있는데 자식과 골프, 미원”이라고 했다. 자사 제품 미풍으로 미원을 이기자고 했으나 맛의 으뜸이란 뜻으로 조미료의 대명사가 된 미원은 ‘넘사벽’이었다. 1993년 MSG(글루타민산나트륨)가 인체에 해롭다는 인식 확산으로 소비자가 MSG를 멀리했다. ‘국민 엄마’ 김혜자 씨를 내세워 고향의 맛을 담은 다시다가 선풍적 인기몰이를 하며 ‘그래 이 맛이야’란 그녀의 목소리가 소비자에게 각인됐다. 이후 조미료 하면 다시다가 대명사가 됐다.

미원처럼 인기 상품도 유해성 논란이 불면 예외 없이 브랜드가 죽는다.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 리브랜딩이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진다. 리브랜딩 계기는 다양하다. 통상 고객 이탈, 재무 악화, 매출 감소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행해진다. 경영진 교체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 기업 인수합병, 해외를 비롯한 신규 시장 진출도 계기가 된다. 회사가 원하는 지향점,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철저한 고민과 함께 기업 핵심 자산은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실패의 확률을 줄여준다.

미래 산업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2021년 6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레스토랑 상표를 출원했다. 상표는 테슬라의 앞 글자인 알파벳 ‘T’를 형상화한 것으로 전기차에 사용하는 로고와 동일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롤러 스케이트장을 겸한 옛날 방식의 드라이브인 식당을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의 테슬라 충전소에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충전만 하는 공간시설을 탈피한다는 자동차 브랜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어디 테슬라뿐인가? 현대자동차는 메타버스 세계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미국 특허청에 상표권을 출원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대체불가능토큰(NFT) 등에서 상표권을 출원해 미래 신사업에 대비하고자 했다.

기업은 개체로서 고유한 특징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그런 면에서 브랜드야말로 핵심 자산이다. 자기 이해에서 시작해 자기다움의 자태를 만든 뒤 남과 다름을 알려주는 브랜드의 가치에 더욱 주목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