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못 읽겠어요"…은지원 진단 받은 성인ADHD, 혹시 나도? [건강!톡]

입력 2023-03-26 07:25
수정 2023-03-26 07:59


"대화에 쫓아가지 못해요. 집중하기 힘들어요. 대화하다가 다른 하나에 꽂혀서 샛길로 빠져서는 거기에 관련된 생각을 하기도 해요."

"책을 읽지 못해요. 한 페이지 넘기는 데만 5시간이 걸려요."

지난 19일 방송된 SBS '집사부일체'에서 은지원이 털어놓은 고백이다. 은지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양재진, 양재웅 형제에게 자신의 고민을 전했고, 방송에서 진행된 자가 보고 척도 결과에서도 "성인 ADHD를 의심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ADHD는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를 의미한다. 지속해서 주의력이 부족해 산만하고 과잉 행동 및 충동성을 보이는 신경 발달 질환이다. 주로 아동기에 많이 나타나지만, 환자의 약 70%는 성인기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연구가 되고 있다. 아직 원인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최근엔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히 산만하다고 생각했던 아이, 어른들이 본인의 증상을 자각하고, 치료받는 경우도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활동성 및 주의력 장애(F90.0)의 건강보험 진료 현황을 발표했는데, 4년 새 ADHD 환자들이 92.9%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에만 10만2322명이 ADHD 진료를 받았다.

연령대별로 10대가 41.3%(4만2265명)로 가장 많았고, 9세 이하가 23.8%(2만4331명)이었고, 성인인 20대도 21.6%(2만2132명)였다.

실제로 은지원 외에도 방송인 박소현, 댄서 가비,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 씨도 ADHD 이력을 공개한 바 있다.

ADHD를 앓는다고 해서 학업 성취도나 사회 생활에 모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치과의사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이수진, 아산병원 내과 전문의의자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에 출연하고 있는 우창윤 교수도 스스로를 ADHD가 아닌가 의심했다.

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자신이 진행하는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 "성인 ADHD의 핵심 증상이 귀찮음과 인내심 부족인데, 말실수 등으로 사람들의 오해를 자주 받을 수 있다"고 성인 ADHD의 특징을 설명했다.

양재웅, 양재진 형제는 최근 달라진 미디어 환경이 ADHD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양재웅은 "드라마 요약 편 유튜브 영상과 같이 '요약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뇌 또한 자극 추구 쪽으로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ADHD로 인한 과잉 행동이나 충동성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문제가 될 정도로 발현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우울증 등 동반 질환으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회사 업무를 완수하기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감정 기복이 심한 경우,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경우 등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받고 약물 치료 등을 하는 것이 좋다.

다만 ADHD를 치료한다는 이유로 치료 약을 오남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ADHD 치료제 처방자의 거주지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2021년 서울시에서만 7만2874명이 치료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강남(2004명)·송파(1971명)·서초(1333명)·노원(1108명) 순으로 처방을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영 의원실은 최근 몇 년 새 ADHD 치료제 처방 인원이 늘어난 것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ADHD 치료제가 집중력 향상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돈 것에 따른 영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건강한 사람이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의 약을 먹으면 부작용이 상당하다. 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집중이나 각성만을 위해 약을 먹으면 커피를 과다 복용했을 때와 비슷한 가슴의 두근거림이나 예민함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1990년대 미국에서는 ADHD 치료 약을 정맥 주사로 투여해 쇼크를 일으킨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그 결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ADHD 치료 약이 '관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도 이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엄격히 관리 중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