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신차 구매 취소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왕 사야 한다면 비교적 저렴한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성비 SUV로 주목받는 차량은 GM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트랙스 크로스오버다. 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 최저가 트림 가격을 2052만원에 국내 출시했다.
국내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비슷한 크기의 소형 SUV 현대차 코나, 기아 니로보다 차체는 크면서 가격은 저렴하다. 특히 가격 논란이 있었던 현대차 경형 SUV 캐스퍼의 풀옵션 가격 2057만원보다도 살짝 저렴해 눈길을 끌었다.
소비자 반응도 폭발적이다. 로베르트 럼펠 한국GM 사장은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지금 발표회 자리에 앉아있는 와중에도 휴대폰을 계속 보고 있는 건 미국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수요가 폭발적이라는 보고가 계속 들어와서다"라고 언급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소형 SUV XM3도 2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기본 트림 가격(1958만원)으로 주목받는 차량이다. 르노코리아에서도 중형 SUV QM6 다음으로 잘 팔리는 효자 차종으로 꼽힌다. 지난해는 국내에서 1만9425대가 팔려 직전 연도보다 판매량이 17.5% 증가했다. 수출에서도 74.8% 증가한 9만9166대가 팔렸다.
"차 가격 너무 올랐다"...가성비에 주목이 차들이 새삼 관심을 받는 것은 고물가·고금리 등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탓에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괜찮은 성능을 갖춘 자동차를 찾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급 옵션 기본 탑재 등을 이유로 연식 변경 수준의 변화에도 자동차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22년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팔린 자동차 한 대당 평균 가격은 전년보다 385만원 오른 4381만원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수입차는 어느 정도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이 사기 때문에 판매량이 경기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면서 "다만 2000만~3000만원 사이의 차들은 경기에 영향을 받는다. 가성비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다른 저렴한 차를 구매하거나 구매 자체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