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먹긴 해야겠고 김장하기는 힘들고 귀찮더라고요. 코로나 이후로는 직접 김치를 주문해서 양가에 보내드려요."
3년 전부터 포장김치를 사 먹기 시작했다는 이모 씨(34)는 "작년에도 어머님께서 김장하신다는 걸 말렸다"며 "김장이 번거롭기도 하고 김장 김치를 받아먹긴 부담스러우니 이젠 포장김치를 시댁과 친정에 보내드리는 게 마음 편하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포장김치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함께 모여 김장하던 문화가 달라졌고, 김장철만 되면 다가오는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5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포장김치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포장김치 시장 규모는 2014년 1412억원에서 2019년 2619억원으로 85.4% 증가했으며 2020년에는 3023억원까지 커졌다. 2021년에는 2750억원으로 다소 주춤했으나 온라인과 홈쇼핑 등의 수치를 포함하면 실제 시장 규모는 더 클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실제로 풀무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포장김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정도 성장했다.
포장김치 업체별로 다양한 품종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김치를 고를 수 있게 된 것도 한 몫했다. 최근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포장 김치 추천해달라"며 "맛이 깊고 풍부한 남도식 맛난 포장김치 있나요"라고 묻는 글이 게재됐다. "저희 남편이 매콤한 김치를 좋아하는데 매운 김치 있나요?" 등 세부적 포장김치 문의 및 추천 글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김치 하나를 먹어도 맛이 보장된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에 호텔업계까지 '프리미엄' 김치를 선보이고 나섰다.
조선호텔은 신세계와 함께 2015년 '조선호텔 김치'를 선보였다. 일반 김치 가격의 2배지만 지난해 1~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워커힐호텔에서 출시한 단품 또는 정기구독 형태의 '수펙스 김치'는 2018년 출시 후 지난해 구독 계좌 수 600여개로 늘었다. 전년 말과 비교해 50% 증가한 수준이다.
이처럼 포장김치 수요가 커지면서 다변화되는 추세에 지역 특산품 김치도 나왔다. 아워홈은 지난 17일 갈치 김치, 갈치 석박지 등 프리미엄 포장 김치를 백화점에 처음 선보였다. 아워홈 관계자는 "고물가에 원재료 값 상승으로 포장 김치를 찾는 고객층이 늘었다"며 "향후 프리미엄 포장김치 제품군을 청잎김치, 동치미 등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인 가구 증가로 집에서 소용량으로 요리해 먹는 트렌드가 수요 증가를 견인한 측면도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9년 848만8621가구에서 지난해 972만4256가구, 올해 2월 977만8105가구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2375만7654가구)의 41.2%에 달한다.
맞벌이 가구까지 늘면서 포장김치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량이 특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야외 활동 증가와 함께 집에서 김치를 직접 담그는 수고로움 때문에 직접 김장하는 것보다는 포장김치를 사 먹는 걸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