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안 통과 자체는 무효는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23일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선고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검수완박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기각했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 다툼이 있을 때 헌재가 이를 가리는 절차다. 헌재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각 가결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도 기각했다. 검수완박 입법 과정은 잘못됐지만, 이미 의결된 법안의 효력은 유지시키겠단 의미다.
재판부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 4명은 법사위원장·국회의장에 대한 권한쟁의를 모두 기각해야 한다고 봤지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회의 진행으로 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권한 침해는 인정했지만 국회의장의 개정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문제없다고 봤다.
국회는 지난해 4월 30일 검찰청법, 5월 3일 형사소송법을 본회의에서 가결시켰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5월 3일 국무회의를 열고 두 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했다. 두 법안은 지난해 9월10일부터 시행됐다. '검수완박법'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완성판' 법안으로도 평가 받았다.
당시 검찰은 2021년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에 한해 직접수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모두 없애는 내용의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했다. 결국 개정 법률에 따라 검찰의 수사 범위에는 부패·경제범죄 수사만 남게 됐다.
한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도 이날 결론이 난다. 한 장관과 검사들은 수사대상 범죄 제한으로 인해 소추·수사 권한이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절차적 하자까지 고려하면 두 법률은 무효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