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23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올해 11조원을 비롯해 수십조원의 국민 혈세가 추가로 건보 재정에 투입될 전망이다. 정치권이 제대로 된 건보 개혁 없이 정부 재정 지원에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일몰시한을 2027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과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들 법안은 이르면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등은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총 20%를 국고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108조1항은 매년 해당 연도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14%를 정부 일반회계에서, 국민건강증진법 부칙은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6%를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두 조항의 효력은 지난해 말까지였다. 애초 이들 제도가 2007년부터 시행될 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결정됐지만, 국회는 효력이 종료될 때마다 이를 연장했다. 지난해 말 일몰이 다가오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5년 연장 방안을 제시했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은 일몰 조항을 없애고 영구히 재정에서 지원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보 개혁 없이 국고 지원이 연장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국고에서 건보로 넘어간 지원금은 94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 11조원을 건보 지원 예산으로 편성해놨다. 기획재정부가 건보 지출을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구조에서 국고 지원이 계속되는 게 비상식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기재부 관계자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의 반발을 달래려고 의료수가를 올렸고, 그 결과 건보 재정이 악화하자 한시적으로 국고를 지원한 것인데 계속 일몰이 연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