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데이터로 살펴본 주택시장 현황[마스턴 유 박사의 論]

입력 2023-03-22 17:08
이 기사는 03월 22일 17: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무섭게 하락하던 아파트 가격은 올해 1월부터 하락폭이 급격히 둔화되고 지역에 따라서는 상승한 곳(서울, 광주, 울산, 제주)도 생겼다. 이는 정부가 주택 시장 침체 및 경제난으로 인한 주거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월 3일 발표한 ‘주택시장 연착륙과 서민취?약계층 주거안정 역점 추진’ 대책에 따른 급매물 소진 등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1월 가격지수 하락폭 축소와 일부지역 상승전환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행과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최종금리에 도달하지는 않았고, 향후 국내경제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상반기 중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전국 아파트 가격은 유례없는 급등기를 거쳤다. 2019년 초 수도권과 지방광역시를 시작으로 2020년 5월 이후에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 하락 또한 상승기와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2021년 하반기 수도권과 지방광역시들이 먼저 하락하기 시작하더니 이후 지난해 7월 이후에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하락했다. 그러면 앞으로의 아파트 가격도 수도권과 지방광역시들이 먼저 상승하고 이후 기타 지방이 상승하는 이전의 패턴을 따를까? 이 궁금증에 대해 몇 가지 데이터로 주택시장 현황과 향후 지역별 회복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자.

그림1.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실거래가 지수



먼저 미분양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주택시장 현황을 판단하는 지표들 중에서 가격 이외에 많이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가 미분양 현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미분양은 75,359호로 2012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1만3565호로 전국 미분양의 18.0% 비중을 보이고 있어 가장 심각하며, 경북, 충남, 경기 순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세종, 광주, 서울은 미분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이다.

그런데 주택 미분양을 아파트 재고량(2022년말 기준 1,196.4만호) 대비 미분양으로 살펴보면 제주, 대구, 충남, 경북, 울산의 미분양이 많은 반면 세종, 서울, 광주는 적다. 이를 통해 재고량 대비 미분양 물량이 많은 지역이 주택 청약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림2. 주택 미분양 현황(2023.1월) 그림3. 아파트 재고 대비 미분양



향후 공급 예정 물량도 주택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입주예정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86.9만호에 달하며, 이는 현재 아파트 재고량의 7.3%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인천, 대구, 충남, 서울, 경남에서 각 5만호 이상 입주가 예정되어 있다. 경기지역의 공급량이 압도적으로 많게 보이지만, 현재 재고량 대비했을 때는 인천, 충남, 대구, 충북, 경북, 경기의 순으로 많은 반면, 광주, 서울, 제주는 적다.

그림4. 향후 3년간 아파트 입주 예정량 그림5. 아파트 재고 대비 향후 3년 입주 예정량

미분양과 공급량을 종합적으로 미루어보아, 향후 주택시장에 있어서 유망지역과 유의지역을 판단해 보자. 아래 그림 6에서 X축은 직전 3년 평균 대비 향후 3년 평균 공급량 증가율을 의미하며, Y축은 현재 주택 미분양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재 미분양이 많으면서 향후 공급량 증가율이 높은 1사분면 즉, 대구, 경북, 충남, 경남지역은 시장침체가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

반대로 현재 미분양이 적으면서 향후 공급량 증가율이 낮은 3사분면 즉, 광주, 세종, 서울, 제주 등은 시장침체가 상대적으로 짧을 수 있다. 실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들 지역 중 서울, 광주, 제주는 지난 1월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아울러 가격은 공급뿐만이 아니라 수요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수요량을 대변할 수 있는 가구 수 증감률을 함께 살펴보자. 그림 7에서 X축은 2022년 대비 2025년 가구 수 증감률을 의미하며, Y축은 2022년 가구 수 대비 미분양률을 의미한다.

현재 가구 수 대비 미분양률이 높으면서 향후 가구 수 증감률이 낮은 지역을 의미하는 2사분면에 위치한 대구, 울산, 경북 등은 향후 수요측면에서 시장 침체가 상대적으로 길어질 수 있다. 반대로, 현재 가구 수 대비 미분양률이 낮으면서 향후 가구 수 증가율이 높은 4사분면에 위치한 세종, 경기 등은 회복세 전환이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6. 미분양과 향후 공급량 그림7. 미분양과 향후 가구 수 증감


다들 알고 있다시피, 주택시장을 전망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특히 몇 가지 지표만을 가지고 얘기한다는 것은 위험한 접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된 몇몇 지표를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보았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해석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