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위한 결단" vs "굴종 외교"…태극기 바람 부는 여의도

입력 2023-03-22 13:51
수정 2023-03-22 14:03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로 주로 일부 보수단체의 집회 소품으로 활용되던 태극기가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여의도 정치무대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이번 회담 성과를 놓고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태극기 마케팅'을 내세워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는 여야 의원 모두 노트북 전면에 태극기 스티커를 부착한 채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회담을 '친일적 결단', '외교 대참사'로 규정한 뒤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면서 노트북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국민의 반일 감정을 자극하면서 대정부 비판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국민의힘도 노트북에 태극기를 붙였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풀지 못한 일본과의 교착 관계를 이번에 해소하고 미래를 위해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을 놓은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애국적인 결단'임을 강조하려는 취지다.

지난 2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도 태극기를 활용한 선전전이 벌어졌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위원석 앞에 태극기 그림과 함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설치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결단, 여야 함께 합시다'라는 문구의 태극기 피켓을 내걸었다.

최근 태극기 마케팅에는 민주당이 훨씬 공세적인 분위기다.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 17일부터 당 대표 회의실에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지 말라!'는 문구를 적은 대형 태극기를 내걸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도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국회 앞에서 태극 문양에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순 없습니다' 문구가 적인 스티커를 차량에 붙이는 '대일굴종외교 규탄 태극기 달기 운동'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태극기를 다시 우리 손에 들고 각 가정에 게양하고 차에 붙여서, 우리나라가 결코 일본에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아주 당당한 자주 독립국임을 국민들 스스로 보여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