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서 115만원 훔쳐가"…천안 절도범에 편의점 점주 눈물

입력 2023-03-22 11:00
수정 2023-03-22 17:49


충남 천안에서 편의점과 무인점포 절도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순 절도에 그치지 않고 범행 과정이 대담하고 치밀해 점주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22일 경찰과 해당 편의점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10시께 천안 신부동의 한 편의점에서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편의점 계산대에서 현금 115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200m 거리에 파출소가 있고, 손님이 수시로 드나드는 번화가에 위치한 편의점인데도 절도범들은 개의치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은 편의점 직원이 냉장 진열장(쿨러)에 들어가 음료를 채우는 틈을 타 범행했다. 편의점을 서너 차례 이용한 고객이었지만 이날은 손님이 아닌 야간 절도범으로 둔갑했다.

폐쇄회로TV(CCTV)에 담긴 범행 과정을 보면 계획적이다. 손님으로 가장해 점주와 인사를 나눈 뒤 점주가 퇴근한 것을 확인한 후 곧바로 편의점에 들어와 직원에게 접근했다. 직원 이모 씨는 “범인이 앞으로 야간근무를 하게 되는데 잠깐 일을 배우고 가겠다고 말했다”며 “편의점으로 들어올 당시 휴대폰으로 점주와 통화하는 것처럼 속여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CCTV에는 범인이 직원을 속이려고 가짜로 점주와 통화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범인은 4시간 동안 편의점에 있으면서 범행할 기회를 노렸다. 손님이 많을 때 계산대에 들어가 업무까지 도와주며 직원을 안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도시락과 음료수를 현금으로 구입하고, 직접 쓰레기통을 정리해 외부에 버리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한 청소년이 직원이 제품을 정리하는 사이 냉동식품과 음료수 등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같은 해 1월에는 야간에 손님을 가장한 남녀가 양주와 식료품을 훔치는 등 절도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안 지역 무인점포도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지난 7일 무인점포에서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특수절도)로 40대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천안종합터미널 인근 셀프사진관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보안이 허술한 새벽 시간 무인점포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범인은 손님을 위장해 점포에 들어간 뒤 철근 절단기를 이용해 현금교환기 자물쇠를 뜯어내는 방식으로 범행했다. 대전의 한 오락실에서는 손님들의 시선을 피해 오락기 옆에 있는 현금 교환기를 구석으로 옮긴 뒤 범행을 저질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간 적자 운영을 감수하며 버텨온 점주들은 절도사건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편의점 점주 김모 씨(46)는 “2년간 코로나19로 손실을 감안하면서 힘들게 버텨왔는데 이제는 절도범까지 기승을 부려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이 깊다”며 “범인들의 계획적인 범행 모습을 본 이후 불안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발생한 편의점 현금절도 사건의 경우 지문을 채취해 용의자를 특정했고, 현재 소재지를 파악하고 있다”며 “절도사건은 큰 틀에서 침입이나 비침입으로 구분할 뿐 편의점과 무인점포 사건을 따로 집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