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에 '슈퍼乙' 된 외국인 근로자

입력 2023-03-21 18:15
수정 2023-03-22 01:12
“월급을 70만원 올려주든지, 사업장을 옮기게 계약을 해지해 달라.” 경남 창원의 한 기계부품 업체 A대표는 최근 우즈베키스탄 국적 외국인 근로자가 입사 1주일 만에 막무가내식 요구를 쏟아내 골머리를 앓았다. “경기 안산 지역 공장은 친구도 많고 돈도 더 많이 준다”며 무턱대고 직장을 옮기겠다고 한 것. 계약 해지 요구에 난색을 보이자 며칠간 노골적으로 태업을 일삼더니 별안간 배가 아프다며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에서 일부 외국인 근로자의 상식을 벗어난 ‘갑질’ 행태가 최근 들어 부쩍 심해졌다. ‘주 최대 69시간제’ 논란으로 근로시간 개편안이 발목 잡히는 등 중소기업이 일손 부족을 타개할 방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일부 외국인 근로자가 악용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으로 배정된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 제도’를 활용해 수도권으로 ‘줄 이직’하면서 지방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중소기업계에 외국인 근로자는 사실상 ‘갑’이 된 지 오래다. 청년 구직자의 중소기업 기피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 인력 공백이 겹치면서 중소기업의 일손 부족이 심해져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입국하자마자 임금이 높은 기업, 자국인 커뮤니티가 활성화한 수도권 기업을 ‘골라서’ 옮긴다.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입국한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 근로자 10명 중 4명은 첫 직장에서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대규/최형창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