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 19일 저녁 일본 오사카 덴노지 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려던 조선인들이 일본 경찰에 연행됐다. 그 모임의 주도자가 소설가 염상섭(1897~1963)이었다.
게이오기주쿠대 유학생이던 그는 이 사건으로 감옥살이를 한 뒤 한국에 돌아와 1921년 단편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발표했다. 3·1운동 직후 젊은 지식인의 좌절과 절망을 해부된 개구리 등에 빗대 표현한 소설이다. 한국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평가받는다. 낭만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자연주의는 자연과 현실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려 했다.
그의 소설은 이렇게 당대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장편소설 <삼대>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930년대 서울의 식민지 중산층인 조씨 집안의 몰락을 그린 이 소설은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각 세대의 서로 다른 가치관과 갈등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만세전>은 일본 유학생의 귀국 여정을 통해 조선인의 정체성과 운명을 탐구한다. <취우>는 6·25전쟁 때 점령지에서의 일상을 밀도 있게 그린다.
주당이었다. 술에 취해 똑바로 걷지 못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횡보(橫步)란 호가 붙었다. 그는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가 1963년 3월 14일 서울 성북구 셋방에서 65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올해는 그의 타계 60주기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