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 화장실서 악몽의 3시간"…中 여배우의 고백

입력 2023-03-21 15:14
수정 2023-03-21 15:39

한 중국 여배우가 베이징의 5성급 호텔 화장실에 3시간 동안 갇혔다며 이 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2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이디 린이 지난 13일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 "호텔에서 개인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받았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이디 린은 지난해 12월 29일 호텔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볼일을 본 뒤 나가려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당시 휴대전화를 호텔 방에 두고 온 그는 외부에 연락할 수단이 전혀 없었다. 화장실에 있는 벽걸이 전화기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린은 화장실에는 눈에 보이는 환기 장치조차 없었고 주장했다. 겁에 질려 문과 벽을 두드리고 도와 달라고 소리쳤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화장실 철제 화장지 홀더를 사용해 자물쇠를 부수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한쪽 손가락까지 다쳤다.

다행히 변기와 배수구를 연결하는 호스에 묶인 단단한 플라스틱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잠금장치에 있는 나사를 돌렸고,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린은 당시를 떠올리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땀이 흘렀다. 내가 기절하거나 숨이 막혀 죽어도 이 작은 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이 세상 누구도 모를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화장실에서 탈출했지만 극도의 공포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몸이 계속 떨렸다"면서 "그 사건 이후로 악몽을 자주 꾼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비상벨 등이 있는지 주위를 살펴본다"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린은 해당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린과 호텔 측을 중재하려 했으나, 원활한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호텔 측의 부실 대응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호텔 측은 지난 15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성명을 내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사건 당일 투숙객의 상황을 확인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상안 합의를 위해 린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객실의 잠금장치, 비상 전화 등의 장비를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