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27년 만에 돌아온 '파우스트' 제가 했던 건 구닥다리"

입력 2023-03-21 15:21
수정 2023-03-21 15:22


배우 유인촌이 2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파우스트'에 애정을 드러냈다.

유인촌은 21일 서울시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진행된 연극 '파우스트' 연습실 공개에서 "연극 자체가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며 "특히 '파우스트'는 괴테가 이 작품을 쓸 때에도 과거의 얘기를 끌고와 현재를 보여준 건데, 결국엔 미래를 보여준 거다. 250년 전에 쓴 작품이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통찰까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가 인간 파우스토를 두고 신과 내기를 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 세계적인 문호 괴테의 60년 역작으로 꼽힌다. 많은 사람이 현자라고 칭송할 정도로 평생 학문을 공부한 파우스트는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할 때, 악마 메피스토가 등장해 인간의 쾌락을 알려주는 대가로 그의 영혼을 요구하는 제안을 건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우스트는 2인 1역 캐스팅으로 1막 노학자 역에는 배우 유인촌이, 2막 젊은 파우스트 역에는 배우 박은석이 연기한다. 특히 유인촌은 1996년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았는데, 27년 만에 동명의 작품으로 돌아와 눈길을 끈다.

유인촌은 2023년 버전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은 박해수에 대해 "잠깐 봐도 알 수 있지만, 생생하게 살아있다"며 "제가 했을 땐 너무 과거고, 구닥다리였다"면서 웃었다.

이어 "배우끼린 서로 도움되는 말은 하지만, 저의 과거의 경험이 절대 도움이 안된다"며 "이 시대에 맞게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박해수 배우가 많은 노력과 분석으로 잘 만들어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해수는 "연습실에 오면 (유인촌이) 다른 말씀보다는 '뛰자'고 한다"며 "그렇게 돌면서, 대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메피스토에 대해 말하신 포괄적인 것들이 이제서야 '아 그랬구나'하는게 와닿는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2인1역을 연기하는 박은석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면서도 "(유인촌) 선생님이 많은 시도를 하시고, 저도 그래서 많이 따라가려고 한다. 고민하는 만큼 깊은 해석이나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게 연극의 묘미같다"고 말했다.

한편 '파우스트'는 '해럴드&모드', '로미오와 줄리엣', '리처드 3세', '오이디푸스' 등 고전극의 묵직한 메시지와 클래식의 위대함을 대중적으로 전해온 샘컴퍼니 연극 시리즈 다섯 번째 주자로 제작됐다. 오는 31일부터 오는 4월 29까지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상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