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 전기차,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나…'반값 EV' 봇물

입력 2023-03-21 20:00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차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인 전기차들이 본격 선보인다.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등 생산비용을 절감해 실구매 가격을 3000만원대까지 끌어내리면서다.

2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의 전기차인 '토레스 EVX'에 중국 BYD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BYD는 중국 CATL과 함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LFP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는 짧지만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다. 흔히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NCM 배터리의 60% 정도, 가격은 70% 수준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역시 보급형 모델에는 LFP 배터리를 쓴다.


토레스 EVX의 흥행을 위해선 최소 300km 중반대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와 4000만원대 중반 가격대가 필수로 꼽힌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선 전기차 보조금을 받아 실구매가 3000만원대가 가능해진다.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도 경쟁 차량 대비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토레스 EVX가 출시될 경우 실질적으로 경쟁할 차량인 현대차 코나EV(가격 미정)와 기아 니로EV(5070만원) 대비 가격을 더 저렴하게 책정한다는 방침이다. 코나EV와 니로EV엔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지만, 모두 NCM 배터리가 적용돼 4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저렴한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계획. 기아는 내년 소형 전기차 생산을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이 차량의 가격이 300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도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기존 전기차 라인업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책정될 전망이다.


글로벌 업체들도 반값 전기차 공략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최근 소형 해치백 'ID.2all(ID.2올)'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2025년 양산 예정인 ID.2올의 가격은 2만5000유로(약 3495만원) 이하로 책정할 방침이다. ID.2올은 3000만원대 가격에도 1회 충전 시 최대 450km(유럽 WLTP 기준) 주행거리와 첨단 기능을 갖출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ID.2올뿐만 아니라 향후 2만유로(약 2796만원) 이하 전기차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소형 SUV '이쿼녹스 EV'를 올 3분기 북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GM 자체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약 300마일(약 483km)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다. 이쿼녹스 EV의 가격은 3만달러(약 4000만원) 정도다. 기존 GM이 선보인 전기차 라인업에서 가장 저렴하다. GM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을 기반으로 저렴한 차량을 지속 선보이겠다고 했다.

테슬라 역시 저가형 전기차 '모델 2'를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테슬라 인베스터 데이에서 반값 전기차 출시에 대한 내용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간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언급해왔다.


중국 브랜드는 이미 소형 전기차 등 저가 모델을 기반으로 빠르게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미 소형 전기차 부문에선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보다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하이GM우링의 초소형 전기차모델 '홍광 미니'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56만3400대가 팔리며 전 세계 전기차 모델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에 눈을 돌리는 것은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인프라는 확대되는 반면 보조금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추세라서다. 때문에 업계는 향후 소비자들이 '충전 인프라'보다 '전기차 가격'에 더 민감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