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맛집도 아닌데 줄이…" 전세계 부자들 이곳에 몰렸다

입력 2023-03-21 11:15
수정 2023-04-30 14:47


“유명 맛집도 아니고, 상업 화랑 건물 앞에 이렇게 줄이 늘어선 건 오랜만에 보네요.”

지난 20일 홍콩 센트럴 퀸즈빌딩. 유력 화랑들이 밀집해 있는 이 건물 앞에 긴 대기줄이 늘어섰다. 화랑들을 둘러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갤러리스트는 “다음날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에 참석하기 앞서 현지 시장을 둘러보려는 컬렉터들과 미술계 관계자들이 몰린 것 같다”고 했다.

20여분을 기다려 간신히 엘리베이터를 탔지만 갤러리들 내부에도 관람객들이 꽉꽉 들어차 있어 작품들을 감상하기 쉽지 않았다. 미국의 저명 예술가 라시드 존슨이 참석한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열리는 방은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몰려 입장을 제한할 정도였다. 갤러리에서 만난 한국의 한 컬렉터는 “아트바젤에 대한 컬렉터들의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4년만에 돌아온 ‘아시아 최강 미술장터’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이 21일 VIP 사전 관람(프리뷰)을 시작으로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했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코로나19 이후 4년만에 다시 본격적으로 열리는 행사다. 2020~2022년에는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규모가 대폭 축소되는 등 파행을 겪었지만, 올해부터는 다시 ‘아시아 최강’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게 주최측의 각오다. 홍콩 정부 역시 방역정책을 대폭 완화해 아트페어 흥행에 힘을 보탰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폐지하고, 출입국 방역 검사도 자가진단키트 '인증샷' 하나만 보여주면 통과시키는 식으로 대폭 간소화했다.

미술계 관계자들은 물론 '그림 좀 산다'는 아시아 컬렉터들도 이 행사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20일 인천국제공항과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서는 한국의 기업인이나 개인 컬렉터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때까지 국내 아트페어나 갤러리 위주로 보다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프리즈 아트페어를 계기로 ‘세계적인 아트페어의 매력’에 눈을 떴다는 컬렉터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32개국에서 177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한국 참여 갤러리는 12곳이다. 메인 섹션인 '갤러리즈'(Galleries)에는 학고재, 국제갤러리, 리안갤러리, 조현화랑, 원앤제이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갤러리바톤 등이 참가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작가를 소개하는 '인사이츠'(Insights) 섹션에는 우손갤러리가 안창홍 작가를 선보이고, 신진 작가들이 이번 행사를 위해 제작한 작품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스'(Discoveries) 섹션에는 갤러리2와 휘슬, 제이슨함이 참여한다.

작가 개인전 형식으로 마련하는 '카비네트'(Kabinett) 섹션에는 아라리오갤러리가 1세대 여성실험미술가인 김순기 작가를, 학고재는 정영주 작가를 소개한다. 대형 설치작 14점을 전시하는 '인카운터스'(Encounters) 섹션에서는 국제갤러리가 김홍석 작가의 작품 '침묵의 고독'을 선보인다.

함윤철 제이슨함 대표는 “현장 분위기가 매우 뜨겁다”며 “화랑도 컬렉터들도 잔뜩 기대하고 온 것 같다”고 했다. 관련 행사도 인산인해
아트바젤 행사 기간에 맞춰 홍콩 곳곳에서는 미술 관련 행사가 열린다. 홍콩에 있는 유명 갤러리들은 각 갤러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고, 크리스티와 소더비, 필립스 등 세계 3대 경매사들도 아트바젤 기간 홍콩에서 경매를 진행한다.

크리스티는 특히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미술품 경매에 출품된 작품을 아트바젤 기간 홍콩에서 전시한다. 추정가 각각 약 78억∼104억원인 조지아 오키프,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을 비롯해 총 390억원 상당의 작품 7점이 크리스티 홍콩 갤러리에 걸렸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홍콩에서는 김오안 감독이 아버지 고(故) 김창열 화백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가 24일 상영된다.


아트바젤 홍콩은 22일까지 프리뷰를 진행하고 23∼25일에는 일반 관람객을 맞는다.

홍콩=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