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비 분야 협력업체 직원 5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포스코가 협력업체 직원을 대규모로 정규직화하는 건 창사 후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는 오는 6월 포항과 광양에 제철 공정단위별로 복수의 기계·전기 분야 정비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20일 발표했다. 포스코(원청)와 계약을 맺고 정비 분야에 종사하는 협력업체는 20여 곳으로, 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포스코 전체 협력업체 중 25%에 달한다. 포스코에 따르면 자회사 직원은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모집한다. 기존에 정비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협력업체 직원은 정비자회사 직원으로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큰 침수 피해를 본 포항제철소 설비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정비체제 구축과 정비기술력 향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대형화한 정비전문 자회사가 더 안전하고 체계적인 정비활동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의 자회사 설립은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협력업체 근로자를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후속 대책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대법원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도급 계약에서 허용하지 않는 원청(포스코)의 지휘·명령 등을 직접 받은 것이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원청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철강은 조선 자동차 등과 함께 사내도급을 적극 활용하는 대표 업종이다.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상 제조업은 파견근로를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이번 정규직화로 다른 업종에서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자회사 고용 대신 직고용을 주장하는 협력업체 노조와의 갈등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