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20일 14:3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 스위스(CS) 채권 135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디트 스위스를 인수하기로 한 UBS가 크레디트 스위스 채권 중 AT1(Additional Tier 1·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상각하기로 했으나 국민연금은 AT1 채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크레디트 스위스에 투자하고 있는 주식 및 채권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20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채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021년 말 1259억원에서 지난해말 1359억원으로 늘어났다. 보통 국민연금은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을 사용해 큰 비중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크레디트 스위스 채권 손실 우려가 나왔다. UBS가 크레디트 스위스를 인수하면서 AT1 채권을 전액 상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연금이 보유한 크레디트 스위스 채권 중 AT1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 측은 “대부분 선순위로 보유하고 있고 매우 적은 금액을 후순위로 가지고 있으나 후순위 채권도 상각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레디트 스위스 관련 주식 익스포저는 지난해 말 732억원으로 전년보다 73%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은 크레디트 스위스 주식을 위탁 운용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크레디트 스위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주식 평가액이 줄어들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들어서는 보유했던 주식을 대부분 팔았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은 크레디트 스위스 주가 폭락 대응방안에 대해 “올해 중 위탁투자로 보유하던 대부분의 지분을 이미 처분했다”고 전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지난해 10월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신용 위기 경계감에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2021년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이 벌인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때 주가 하락이 시작돼 지난해 한 해 동안 67.1% 내렸다.
앞서 UBS는 19일(현지시간) 크레디트 스위스를 30억스위스프랑(약 4조2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CS 주식은 한 주당 0.76스위스프랑 가치를 인정받아, CS 주식 22.48주당 UBS 주식 1주를 받게 된다. 이는 지난 17일 스위스 증시에서의 CS 종가(1.86스위스프랑)보다는 낮다. 하지만 인수 직전 시장에서 거론됐던 CS의 예상 매각가(주당 0.25스위스프랑)의 3배 이상이다. 아울러 158억 스위스프랑(약 22조4000억원) 규모의 AT1을 전액 상각해 은행 자본금으로 활용한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