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본의 임금 인상률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3%를 넘을 전망이다. 일본의 근로자 평균 급여도 31만엔(약 308만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는 2023년 춘계 임금협상(춘투) 상황을 1차 집계한 결과 임금 인상률이 평균 3.8%를 나타냈다고 19일 발표했다. 1993년(3.9%) 후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임금 인상률이 3%를 넘은 것도 29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단 1.73%포인트 올랐다. 금액으로는 월 1만1844엔으로 지난해보다 5263엔 늘었다. 종업원 수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도 3.45%로 3%를 넘었다. 지난해보다 1.4%포인트 올랐다.
렌고는 올해 임금 인상률 목표를 ‘5% 정도’로 제시했다. 지난 10여 년간 임금 인상률 목표를 3%대로 제시한 렌고가 5%대 인상을 요구한 건 1995년 이후 28년 만이었다. 만성 디플레이션 탈출을 노리는 일본 정부도 기업에 적극적인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임금 인상률을 2% 안팎으로 눌러왔던 일본 기업도 올해는 임금을 올리는 데 적극적이다. 도요타자동차와 파나소닉홀딩스 등 주요 제조기업의 86%가 올해 노조 요구를 100% 받아들였다. 물가 급등에 따른 실질임금 저하와 인재 이탈을 막으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후생노동성은 2022년 임금구조 기본통계 조사 결과 지난해 일본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31만1800엔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평균 임금 통계가 남아 있는 1976년 후 가장 높다. 남성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의 임금 수준을 나타내는 남녀 간 임금 격차는 75.7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인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의 물가를 반영한 실질적인 소득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지난 1월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4.2%로 4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올해 임금 인상률이 3%를 기록하더라도 실질 임금 상승률은 -0.2%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