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다각화하는 것입니다.”
국내 대형 은행의 스타 프라이빗뱅커(PB)들은 지난 16일 ‘한경 머니로드쇼’에서 올해 재테크 전략에 대해 이같이 조언했다. 마켓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인 만큼 자산 배분과 분할 매수를 통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라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미 고금리 구간에 진입해 있는 만큼 향후 금리 하락이 시작될 때 가장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기 채권 비중을 높이라는 권고도 나왔다. “금리 하락 대비해 장기채 담아라”허도경 신한은행 PWM목동센터 PB팀장은 ‘저성장 시대, 본능을 거스르는 투자 방법’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뇌는 투자를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며 “남들이 모두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야 한다는 투자 원칙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작 실행하기가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본능을 이기는 투자를 위해선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꾸준히 실행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국고채 등 안전자산과 선진국 주식 등 위험자산을 각각 6 대 4 비율로 담는 식이다. 여기서 안전성을 좀 더 높인다면 금 투자를 병행해 ‘5(국고채) 대 2(금) 대 3(선진주식)’으로 구성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실제 2017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코스피지수는 -43.9%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6 대 4 포트폴리오’나 ‘5 대 2 대 3 포트폴리오’는 각각 -21.45%와 -18.55%에 그쳤다. 기간 수익률 역시 코스피지수는 -9.37%로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지만 이들 포트폴리오는 각각 21.84%와 26.12%로 뛰어난 회복력을 보였다.
허 팀장은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분할 매수를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춘다면 시장이 회복될 때 수익률 복원이 빠를 수밖에 없다”며 “시간 분산과 자산 배분 전략이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아니지만 가장 높은 확률인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장기채 투자가 유망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현수 우리은행 한남동금융센터 PB팀장은 ‘행복한 미래를 위한 실전 재테크 전략’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올해까지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때 단기에 비해 장기 채권의 가격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편입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투자 상품으로는 ‘만기매칭형 상장지수펀드(ETF)’를 추천했다. 만기매칭형 ETF는 매수 후 만기 시점까지 보유하면 시장 금리 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매수 당시 예상했던 기대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조 팀장은 “정기예금 금리보다 다소 높은 데다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게 장점”이라며 “최근 상장된 만기매칭형 ETF 상품들이 고신용 채권을 주로 담고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좋다”고 설명했다.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게 조 팀장의 조언이다. 일임형 ISA는 중개형과 달리 가입자가 은행에 자산 운용을 모두 맡기는 방식이다. 은행에 속한 전문가들이 가입자의 투자 성향에 맞춰 자산을 운용한다. 순소득 200만원까지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도 매력적이다. “은퇴 앞뒀다면 안전자산 늘려야”은퇴가 가까운 중장년층을 위한 투자 전략도 제시했다. 허 팀장은 “은퇴가 머지않은 투자자라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는 금융회사 신종자본증권 상품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신종자본증권과 정기예금 등 원금 보호가 가능한 상품에 자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넣어두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조 팀장은 퇴직금을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는 게 절세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퇴직금 5억원을 일시금이 아니라 연금 형태로 받을 경우 30%(수령기간 10년 이상 40%)의 소득세 감면이 적용된다”며 “퇴직연금의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수령 기간을 11년으로 설정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이호기/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