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원두는 0.2%만 커피를 추출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는 찌꺼기로 남는다.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커피 사랑이 남다른 한국에선 1년에 나오는 커피찌꺼기가 15만t(2019년 기준)에 달한다. 대부분 생활쓰레기로 분류해 땅에 묻거나 불로 태운다. 커피찌꺼기 1t을 소각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3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은 지난해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커피찌꺼기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특히 환경부에서 지난해 초 ‘순환자원 인정 절차 및 방법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커피찌꺼기를 생활폐기물이 아니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면서 재활용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은 커피찌꺼기는 폐기물 수집·운반 전용 차량이 아니라 일반 차량으로도 운반할 수 있다. 따로 허가받거나 신고할 필요도 없다.
커피찌꺼기 재활용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스타벅스코리아다. 2015년부터 커피찌꺼기 재활용 프로젝트를 시작한 스타벅스는 지금까지 3만6000여t에 달하는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했다.
전국 매장에서 배출하는 스타벅스의 커피찌꺼기는 친환경 퇴비로 새 쓰임을 찾고 있다. 경기도와 협업해 생산한 친환경 커피 퇴비는 지난해 말 누적 기준 1000만 포대를 넘어섰다. 친환경 커피찌꺼기 퇴비로 재배한 농산물을 원재료로 만든 ‘라이스 칩’과 ‘우리 미 카스텔라’ 등을 스타벅스 매장에서 다시 파는 선순환 구조다. 스타벅스는 커피찌꺼기 배양토를 활용해 제작한 ‘커피박 화분 키트’를 소비자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맥카페’로 저가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맥도날드도 커피찌꺼기 재활용에 동참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말 매일유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커피찌꺼기를 후처리 과정을 거쳐 가축 사료로 만들어 공급하기로 했다. 업사이클링 전문 사회적기업 포이엔은 현대자동차, GS칼텍스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커피찌꺼기를 재활용해 자동차 내장재로 쓸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업계에선 커피찌꺼기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는 자체적으로 커피찌꺼기를 수거하고 운반해 재활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 카페는 여전히 커피찌꺼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
박종관/박시온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