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기에 연 7% 가까운 수익률을 약속한 회사채가 석탄화력발전소 설립자금이라는 이유로 투자자에게 외면당했다. ‘반(反)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꺼리는 기관투자가들의 최근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원 삼척 지역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석탄발전소를 세우기 위해 설립된 삼척블루파워는 최근 3년 만기 연 6.96% 회사채를 발행해 2250억원을 조달하려고 했으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8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투자자를 구하지 못한 미매각 채권은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들이 떠안게 됐다.
최근 시장의 자금 긴축 분위기를 고려하더라도 연 7%에 가까운 고수익 채권이 매각에 실패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대형 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는 처음부터 ESG 투자에 반하는 투자를 하지 말라고 못 박는 경우가 많다. 투자 지침에 ‘반ESG로 논란이 될 만한 투자는 피해야 한다’는 문구를 명시하기도 한다.
물량을 떠안은 증권사들은 골치 아픈 상황에 처했다. 당초 증권사들은 미매각 채권을 장외 시장에서 개인에게 직접 팔 예정이었지만, 그마저도 ‘증권사가 반ESG 투자를 개인에게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리테일(개인 대상) 판매를 포기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