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검서 1급 받은 운동선수들…브로커 만나 보충역·면제

입력 2023-03-17 18:51
수정 2023-03-17 19:25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병역 면탈을 시도해 재판에 넘겨진 스포츠 선수 대부분은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제공한 병역 면탈자 공소장에 따르면 조씨를 비롯한 축구 선수 2명, 승마 선수 1명은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현역병 입대에 문제가 없는 신체 등급이었지만 이들은 병역 브로커와 공모하고 질병을 꾸며내 보충역이나 면제 판정을 받아냈다.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 축구 선수 2명, 승마 선수 1명 등은 모두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으로 분류됐다. 조 씨는 지난 2014년 10월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18년 5월 피부과 질환(건선)을 이유로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 3급 현역으로 판정됐다.

조 씨는 2019년 10월 같은 이유로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 3급을 받자 그해 12월 학점은행제 수강을 사유로 입대를 연기했다.

세 번째 검사 14개월 뒤인 2020년 12월 조 씨는 병역 브로커 구 모 씨에게 5천만 원을 주고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를 받아 병역 면탈을 시도했다.

조 씨는 뇌전증 증상이 없는데도 응급실에서 의사에 발작 등을 호소해 2021년 4월 재신체 검사 대상인 7급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뇌전증 약을 지속해서 처방받다 2022년 2월 결국 보충역인 4급으로 판정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축구선수 2명도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가 병역 브로커와 접촉한 뒤 뇌전증이 있는 것처럼 연기했다. 이들 가운데 1명은 재검 대상인 7급을, 나머지 1명은 전시근로역으로 군 면제인 5급 판정을 받았다.

송 씨는 2013년 2월 첫 신체검사에서 안과 질환을 이유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대학교 재학, 국외 여행 등의 사유로 연거푸 입대를 미뤘다.

송 씨는 2021년 3월 신체검사에서도 3급이 나오자 한 달 뒤 브로커 구 씨를 찾아 1,500만 원을 건넸고, 발작 등 뇌전증 증상을 꾸며내 허위 진단을 받아 2022년 5월 경련성 질환으로 보충역인 4급 판정을 받았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3일 뇌전증 등을 꾸며내 병역을 면탈한 범행에 연루된 137명을 병역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