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서 에너지 정책을 두고 ‘연장전’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했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전히 탈원전 기조를 밀어붙이는 데 따른 것이다. 에너지 관련 입법마다 해당 사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한 국회의 탈원전 논란
17일 여야는 ‘무탄소 전원’에 원전을 포함하느냐를 두고 맞붙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탄소중립산업 특별법에 원전을 무탄소 전원으로 포함하지 않았다”며 “원전을 배제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근 민주당이 내놓은 ‘탄소중립산업 특별법’에 대한 반응이다. 특별법은 탄소중립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지원안을 내놓으면서 원전 산업은 탄소중립산업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에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법안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라는) 국정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원전을 탄소중립 이행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내 원전의 경우 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비춰볼 때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U에서 탄소중립 수단에 해당하는 원전은 폐기물 처리와 안전성 등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너지 입법 전반에 영향원전에 대한 여야의 견해차는 각종 에너지 관련 입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오는 20일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인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해안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전망을 이용해 수도권 등으로 전력을 보내는 중앙집중형 시스템 대신 수요지 인근에 중소규모 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생산·공급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에서는 소형모듈원전(SMR)을 분산에너지에 포함하지 않으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아직 개발 단계인 SMR을 법안에 포함하는 것은 무리”라며 맞서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근거가 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특별법에는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는 원전 폐기물 저장시설을 대신해 신규 방폐장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기존 원전 설계 수명만큼의 폐기물만 저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법안 통과에 소극적이다.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국민의힘에서는 이 법을 민주당에서 원하는 ‘해상풍력 특별법’과 연계해 처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어민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입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해상풍력을 민주당이 확대하려면 정부 주도로 입지를 발굴하고 인허가를 지원하는 특별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시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에너지 관련 법안 처리가 줄줄이 꼬이고 왜곡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