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자 주택을 쪼개서 공급하는 ‘분할 분양’이 9년여 만에 재등장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DL이앤씨는 경기 동탄2신도시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조감도)를 두 차례에 걸쳐 분할 분양 중이다. 총 800가구를 437가구, 363가구로 나누어 공급하는 식이다. 1회차 분양은 이달 마쳤고, 2회차 분양은 오는 8월 예정돼 있다.
분할 분양이란 200가구 이상 단지를 최대 5회로 쪼개서 공급할 수 있는 제도다. 대규모 물량 공급 시 발생할 수 있는 미분양을 방지하기 위해 2011년 도입됐다. 이후 2014년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나서부터는 분할 분양 단지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최근 주택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분할 분양을 결정하는 단지가 등장한 것이다. 단지가 들어서는 경기 화성시 아파트값의 낙폭도 한몫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화성시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2021년 11월 6억3876만원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올 2월4억9087만원까지 1년 3개월새 23.1% 떨어졌다.
분양 성적도 처참하다. 작년 12월 공급한 ‘동탄 어울림 파밀리에’와 ‘동탄 숨마데시앙’은 모두 전용면적 99㎡ 평형에서 미달 물량이 나왔다.
e편한세상 동탄 파크아너스의 경우 1회차의 분양가를 2회차보다 저렴하게 책정했다. 전용 99㎡ 기준 1회차 분양가는 5억5382만~5억9541만원, 2회차는 5억8227만~6억4310만원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먼저 1차에 공급받은 수요자들이 중도금을 먼저 치르기 때문에 2차 수요자보다 금융 비용이 더 든다”며 “통상 1회차 흥행 여부가 2회차의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1차와 2차 분양가를 다르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할 분양 전략에도 미분양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이 단지의 1회차 물량은 지난 14~15일 1·2순위 청약을 받았지만 전용 99㎡ 8개 타입 중 3개 타입에서 114가구가 미달됐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이 단지는 동탄신도시 안에서도 수서고속철도(SRT) 동탄역과 가장 멀리 있는 데다 단지 인근에 편의시설이 없어 입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며 “다만 차량 20분대 거리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클러스터가 들어서는 만큼 무순위 청약 성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분할 분양에 나서는 단지가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미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건설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그나마 존재하는 청약 수요도 서울 분양시장으로 몰리는 만큼 지방에서 공급되는 대규모 단지들은 분할 분양 등 다양한 공급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