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30·미국)가 38.46%에 불과한 저조한 페어웨이 안착률에도 보기 없이 라운드를 마치며 시즌 첫 승 기회를 잡았다.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신들린 퍼팅' 실력 덕분이었다.
스피스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81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선두 그룹에 1타 뒤진 공동 4위다. 스피스는 지난해 4월 RBC 헤리티지 이후 11개월만에 투어 14승을 이 대회에서 노린다.
세부 내용을 놓고 보면 선두권에 오를 경기력이 아니었다. 스피스가 이날 기록한 페어웨이 안착률은 공동 73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두 번째 샷을 페어웨이에서 못하다보니 그린 적중률도 66.67%로 뚝 떨어졌다.
이를 퍼팅으로 모두 만회했다. 특히 남들은 한 번 넣기도 힘든 장거리 퍼팅을 두 번이나 성공해 타수를 줄일 수 있었다. 제일 긴 퍼트는 15번홀(파3)에서 나왔다. 스피스는 티샷이 조금 짧게 떨어지면서 홀까지 17.3m 퍼트를 남겨놨는 데 이걸 그대로 홀 안에 넣었다. 6번홀(파4)에서도 약 10m 버디 퍼팅을 성공했다. 그가 이날 기록한 '퍼팅 이득 타수'는 4.5타로 참가 선수 중 전체 1위였다. 출전 선수 평균보다 퍼팅으로 4.5타를 더 벌었다는 얘기다.
스피스는 2017년까지 쇼트게임을 앞세워 PGA투어에서 메이저대회 3승(마스터스, US오픈, 디오픈)을 포함해 11승을 쓸어 담았던 선수다.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가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1승씩을 추가하며 되살아나고 있다. 4대 메이저를 모두 제패하는 데 PGA챔피언십만을 남겨두고 있어 다음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시즌 콘페리(2부)투어로 떨어졌다가 다시 복귀한 안병훈(32)도 우승 경쟁에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이날 1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쳐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공동 7위에 올랐다. 안병훈은 지난해 9월 열린 시즌 개막전 포티넷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로 순조롭게 출발했으나 이후 14개 대회를 치르면서 한 번도 10위 이내에 진입하지 못했다. 아직 투어 우승이 없는 안병훈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첫 승에 도전한다.
라이언 브렘(36), 애덤 솅크(31·이상 미국), 슈테판 예거(33·독일)가 5언더파 66타 공동 선두에 나섰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