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살상용으로 개조된 중국산(産) 무인이(드론)기 발견됐다. 중국이 러시아에 군수품을 지원하고 있다는 미국의 비판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CNN은 우크라이나 동부 슬로우얀스크에서 중국산 상업용 무인항공기(UAV)인 '무긴-5'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격추한 무인기 잔해를 수집한 것이다.
무긴-5는 중국 e커머스에서 1만 5000달러면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알리바바 드론'이라고도 불리는 기체다.
무긴-5를 생산하는 중국 드론업체 무긴은 유감을 표명하며 "우크라이나군이 수집한 잔해는 무긴-5가 맞다"며 "전쟁에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은 지난 10일부터 11일 이틀 동안 우크라이나를 향해 무인항공기가 날아왔다고 밝혔다. SBU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AK-47 등 자동화 소총으로 격추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를 낮춰 비행하고 있었다.
무인기에는 약 44파운드(20kg)가량의 폭탄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영토방위군 111여단이 무인기를 발견하고 격추한 뒤 폭탄을 안전하게 폭파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영국 육군 장교 출신인 크리스 링컨 존스는 "이 드론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지 않았다"며 "감시 기능이 없는 '바보 폭탄(dumb bomb)'과 같다"고 설명했다. 호주 군비연구소(ARES)의 무기 전문가 젠젠 존스는 "폭탄 나오는 부분이 3D 프린팅 부품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무인항공기가 빠르게 개조됐음을 암시한다"고 설명했다.
미 언론들은 지난달부터 중국 정부가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중국이 러시아에 소형 드론을 수출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이 전쟁에 사용하는 상업용 드론 일부는 중국 드론업체 DJI 제품으로 드러났다. DJI 측은 전쟁에서 민간용 드론 사용을 반대하지만, 드론이 제3국을 거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미 행정부 안팎에서는 중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연설에서 중국에 강경 대응을 경고했다.
그는 "우린 이를 매우 유심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중국이 우리가 말한 것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며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은 의혹을 부인해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항상 군사(무기) 수출에 대해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법을 취해 왔다"면서 "분쟁 지역이나 교전 지역에 대해 어떠한 무기 판매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