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근로시간 개편안 보완을 지시했다고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밝혔다. 안 수석은 “대통령은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겼다”고도 했다. 근로자 의견 청취를 강조하던 대통령이 중요한 일본 방문을 앞두고 ‘주 최대 60시간’이란 가이드라인까지 내놔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근로시간 개편안에 젊은 직장인들의 오해와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더 일하고 싶을 때 하되, 월·분기·반기 등의 총 근로가능시간은 오히려 줄이는 제도 개편 취지가 ‘주 최대 69시간’이란 극단적 프레임에 가려버린 영향이 컸다. 기본근로시간이 아니라 연장근로를, 그것도 노사 합의를 전제로 늘릴 수 있다는 점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식이면 일본은 ‘주 78시간제’, 미국은 ‘주 N(무제한)시간제’가 된다는 지적도 간과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이젠 회사도 근로시간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전하지만, 사측이 과로로 몰고갈 것처럼 과장하는 반대론도 여전하다.
진퇴양난과도 같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정부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제시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되물리는 노동개혁 후퇴란 점에서 우려스럽다. 현행 탄력근로제를 활용해도 주 64시간 근로가 이미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주 52시간제로 수입이 줄어 “투잡을 뛴다”는 근로자가 작년 54만6000명으로 늘어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런 중기 근로자들의 고충 해결을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를 시작해 놓고 국민 앞에 왜 당당하게 필요성을 설명하지 못하나. 노사 간 이견 조율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던 노동개혁 첫 단추가 좌초하면 남은 노동개혁 과제는 어떻게 추진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근로자 선택권과 휴식권을 늘려주는 근로시간 유연화는 정부 정책 이전에 노사 합의와 민간 자율을 존중하자는 취지다. 근로시간 개편안 되물리기는 윤석열 정부 국정철학과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기 어렵다. 정부가 일일이 나서 연장근로시간 상한까지 설정해줘야 안심이 된다는 근로자들의 의식도 바뀔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