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머그컵 살게요"…'망한' 회사 굿즈의 '반전'

입력 2023-03-16 13:52
수정 2023-03-16 14:00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로고가 찍힌 상품이 의외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가 취업박람회, 회사 행사 등에서 무료로 배포했던 양말, 모자, 텀블러 등이 이베이, 엣시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판매자는 상품당 수백달러를 부르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이날 이베이에서는 SVB 로고가 있는 접시가 200달러(약 26만원), 담요가 26달러(약 3만4000원)의 판매가로 올라왔다. 노트북 가방, 앞치마, 종이상자 등도 플랫폼에 등장했다. SVB 파산 사태를 소재로 한 개인의 자체 제작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WSJ은 이 현상을 일종의 틈새 수요인 ‘금융 재난 스웨그(financial-disaster swag)’라고 설명했다. 유명한 회사가 무너졌을 때 해당 기업의 물건을 고가에 넘기려는 판매자들과 이를 사서 소장하려는 수집가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작년 말 무너진 암호화폐 거래소 FTX 관련 상품에도 이 같은 수요가 몰렸다.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붕괴했을 때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회계 부정으로 2001년 파산한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윤리강령 책자 등을 보유한 테드 애런슨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회사에 수집품을 일종의 웃음거리로 전시한다고 했다. FTX 붕괴를 주제로 한 티셔츠 등을 엣시에서 판매하는 드류 카세메이어는 “해당 상품을 보는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