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에서는 ‘명품’만이 살아남습니다. 로봇산업 1세대로서 ‘K의료장비’의 명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는 15일 경기 용인 연구개발(R&D)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의료시장이 고영의 미래”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고영은 3차원(3D) 납도포검사장비(SPI)와 3D 부품 실장 검사장비(AOI)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세계 3200여 개 고객사에 3D 검사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3D SPI는 인쇄회로기판(PCB) 표면에서 납땜의 불량을 잡아낸다. AOI는 납땜 위에 다른 부품이 제대로 얹혀 있는지 검사하는 장비다. 테슬라,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이 고영의 고객사다.
고영은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보한 3D 반도체 검사 장비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의료 수술 로봇 시장에 뛰어들었다. 뇌수술용 로봇인 카이메로는 국내 여러 대형 병원 신경외과 수술실에 설치됐다. 수술 실적만 300건을 넘어섰다.
뇌수술에서는 수술 장비의 정밀함이 중요하다. 카이메로는 인공지능(AI) 기술로 뇌 속 신경과 동맥 등을 건드리지 않고 길을 찾아준다. 또 뇌 심부에 전극을 심는 기능을 갖췄는데, 특히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적이다. 로봇 몸체와 센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체 제작에 성공했다.
서울대 졸업 후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로봇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고 대표는 로봇 연구 1세대로 통한다. 1980년대 금성사(현 LG전자) 중앙연구소 로봇팀에 있었고, 미래산업연구소장을 거쳐 2002년 고영을 창업했다. 그는 최근 세계 최대 의료시장인 미국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고 대표는 1년에 3개월가량은 미국에서 업무를 본다. 의료용 로봇은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작업 중이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 승인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승인 이후 로봇 몸체를 바꿔주는 방식으로 척추 수술 등에 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고영 매출은 2754억원으로 전년(2473억원) 대비 11.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42억원으로 전년(413억원)보다 7% 늘었다. 고 대표는 “10년 넘게 투자하고 있는 미국 의료시장에서 판매가 본격화하는 2025년부터 매출이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무인화 바람과 전기차 확산도 고영에 호재다. 고 대표는 “인건비 상승으로 무인화 수요가 굉장히 커지고 있는데 그럴수록 품질이 보장되고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는 고영의 장비를 많이 찾는다”고 했다. 전기차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검사 관련 제품 판매도 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공정 관리 솔루션은 고영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양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불량 발생 등을 최소화하는 식이다. 연초 1만3000원 안팎을 횡보하던 고영 주가는 기관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최근 1만5000원대까지 올랐다.
용인=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