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5일(현지시간) "오는 2026년까지 총 10종의 순수전기차를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유럽 내 판매되는 차량의 80%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셰퍼 CEO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가진 '2023 폭스바겐 브랜드 연례 미디어 간담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순수전기차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전년 대비 23.6% 늘어난 약 33만대의 순수전기차를 판매했다. 이 기간 폭스바겐 전체 승용차 판매량(460만대)이 전년 대비 6.8% 감소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해 올해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우선 2030년까지 유럽 내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80%를 전기차로 채울 예정이며 북미 시장의 경우 전기차 비중을 같은 기간 55%로 높이는 것을 목표치로 잡았다.
목표 달성을 위해 2026년까지 총 10종의 순수전기차를 새롭게 출시하고 이중 2세대 ID.3, 고성능 ID.3 GTX, ID.버즈 롱휠베이스, 플래그십 모델인 ID.7 등의 모델은 조만간 출시하기로 했다.
특히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미만 보급형 전기차로 준비하고 있는 'ID.2all' 모델도 양산을 앞두고 있어 폭스바겐은 거의 모든 세그먼트에서 전기차 모델을 확보하게 됐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동화로의 공장 전환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독일 엠덴 공장은 올 여름까지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탈바꿈해 ID.7과 ID.4를 생산할 예정이다. 폭스바겐 브랜드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 공장도 올 가을부터 2세대 ID.3 생산을 시작하게 된다.
독일 츠비카우 공장과 드레스덴 공장은 이미 전동화로의 전환을 끝냈으며, 미국 채터누가 공장도 지난해부터 ID.4 생산을 시작했다.
폭스바겐은 2025년 초까지 독일 내 주요 공장들의 전기차 생산 전환을 위해 4억6000만유로(약 63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상품성을 높인 모델 출시로 여전히 높은 수요가 있는 내연기관 모델에도 대응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올해 효율을 높인 새 내연기관 엔진을 선보여 아틀라스, 티구안, 파사트, 비투스(브라질 전용 모델) 등에 탑재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전기차와 내연기관 엔진 모델의 유럽 내 대기 주문량만 66만대다. 이중 순수 전기차 라인업인 'ID 패밀리' 수요가 1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유럽 내 내연기관 모델 대기만 50만대 이상인 셈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차량 판매 감소에도 불구하고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판매량은 460만대로 전년(490만대) 대비 6.8% 줄었다.
다만 전기차 및 고가 차량 판매 증가와 비용 감소 노력으로 매출액은 680억유로(약 95조2000억원)에서 740억유로(약 103조6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2억유로(약 3조1000억원)에서 26억유로(약 3조6400억원)로 각각 8.7%와 18.1%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3.6%를 기록해 전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패트릭 안드레아스 마이어 폭스바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공급망이 차츰 안정화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고 비용 효율화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다만 올해도 공급망 이슈, 원자재 및 에너지 비용 상승,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부르크(독일)=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