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분산에너지법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한다. 수요처 인근 지역에 분산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장거리 송전망을 짓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과정에서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아 오히려 불필요한 송전망 건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해안가에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주요 전력 소비처인 수도권으로 보내는 중앙 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운영했다. 대규모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을 짓는 과정에서 생기는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비용도 컸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은 수요지 인근에서 일정 규모 이하의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분산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 발전과 송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줄어들고, 대용량 발전소와 장거리 송전망으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에는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안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안이 올라와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분산에너지에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분산에너지 확대가 오히려 송전망 건설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재생에너지의 입지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전남 등에서 분산에너지 보급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전력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지역이다.
전력 공급이 과도한 지역에 분산형 전원의 추가적 보급을 규제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송전선로 건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제주 지역에서는 남는 전기를 육지로 보내기 위해 수천억원을 들여 육지와 제주를 잇는 제3연계선을 건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전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송변전설비계획수립'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2034년 기준 6378㎞의 송전선로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마다 1개의 송전철탑을 건설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2034년 기준 5315개의 송전철탑을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통과돼 이미 공급 과잉 지역인 제주, 전남 지역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이 무분별하게 확대될 경우 오히려 지역간 전력 불균형이 심화돼 이보다 더 많은 송전철탑을 설치해야 한다"며 "공급 과잉 지역에 대한 발전 설비 추가 건설을 제한하는 규제 조항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