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시중에 풀린 돈이 6조7000억원 줄었다. 시중 통화량이 감소한 건 9년 반 만에 처음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한 효과가 유동성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2023년 1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올해 1월 평균 광의통화량(M2)은 3803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0.2%(6조7000억원) 감소했다. M2가 전달 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 201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로, 시중 유동성을 의미한다.
한은은 앞서 지난해 12월 통화량이 전달보다 0.2% 감소했다고 발표했지만, 정기 계절변동 조정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 12월 수치가 0.1% 증가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상품 중에서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서 25조8000억원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 규모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2002년 12월 이후 역대 최대다. 정기 예·적금은 같은 기간 18조9000억원 증가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 있던 자금이 금리가 높은 정기 예·적금으로 일부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채권 투자수요 회복으로 초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은 15조4000억원, 수익증권은 4조2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시중 유동성이 9년 반 만에 감소한 것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연 0.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년 7개월 사이 총 10번에 걸쳐 연 3.5%로, 3%포인트 끌어올렸다. 한은은 앞서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 영향을 점검하면서 "통화량 증가율이 한은의 두 번째 금리인상기였던 2011년 6월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전날 한은이 공개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당분간 M2 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 위원은 "주택시장 부진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기 어려운 점, 지난해 회사채 조달여건 악화로 이례적으로 증가했던 기업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M2 증가율이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동성 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오랜 기간 지속하는 현상이 우리 경제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은 "기준금리를 누적으로 300bp(1bp=0.01%포인트) 인상한 이후 나타난 M2 증가율의 큰 폭 둔화, 주택가격 하락, 가계대출 감소 등의 모습은 통화정책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