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보조금 '쩐의 전쟁' 가세…"전략물자 수요 40% 역내 조달"

입력 2023-03-14 18:33
수정 2023-03-15 02:33
유럽연합(EU)이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과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초안을 이번주 내놓는다. 미국 중국 등이 보조금 정책 등을 통해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자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미래 핵심 기술을 선점하고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판 IRA’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르면 16일(현지시간) CRMA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7일 로이터통신은 EU 집행위가 CRMA 초안을 내고 원자재 확보를 위한 중앙기관인 ‘유럽 핵심원자재위원회’(가칭)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신설되는 기관은 회원국 간 조율을 통해 역내에서 최소 10%의 원자재를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전략 물자 수요의 최소 40%를 역내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CRMA에는 특정 국가에 대한 핵심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길 전망이다. EU는 핵심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내 공급망이 불안정해지자 지난해 9월부터 CRMA를 추진해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 핵심 원자재의 3분의 2는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 마그네슘의 중국 의존도는 약 90%에 달한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러시아(팔라듐) 브라질(니오븀) 칠레(리튬) 멕시코(플루오르스파) 등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EU는 같은 날 탄소중립산업법 초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CRMA가 친환경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공급망 확보 및 다각화를 목표로 한다면 탄소중립산업법은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가디언 등 외신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탄소중립산업법에는 태양광, 배터리, 신재생 수소 등 핵심 분야의 역내 제조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세부 목표가 담겼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중립 관련 제조 역량을 연간 수요의 최소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녹색 신규 사업 진행 시 허가에 필요한 기간을 단축해주고 우선 허가권을 부여하는 등 원활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대책이 주요 내용이다. 신규 사업 투자 때 EU 회원국이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 지급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격화하는 보조금 전쟁EU 집행위원회는 9일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탄소 포집·이용 기술 등 친환경 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2025년 말까지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주는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 등이 주는 만큼 보조금을 보전해주겠다는 얘기다.

자국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보조금 전쟁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인도까지 가세했다. 미국은 IRA를 통해 전기차 등에 2030년까지 3690억달러(약 488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3500억위안(약 66조8000억원)의 탄소중립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그린성장전략’에 따라 2조엔(약 19조6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다.

미국과 EU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적 목표도 공유하고 있다.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한 ‘구매자클럽’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도입하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처럼 구매자클럽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며 “이 같은 정책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정치인들의 보여주기식 행동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