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준칙 법제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공청회까지 열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고령화 사회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정부·여당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 운용 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야당의 의견이 엇갈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4일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도록 한 재정준칙을 발표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 반대하면서 반년째 발이 묶여 있다.
이날도 양측은 견해차를 드러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년간 국가 채무가 416조원 늘었고,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빠르게 증가했다”며 “개인과 가정도 지출액에 제한을 두는데 국가에서 이런 것을 안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재정 적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그 전에 재정 수지와 국가 채무를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고, 재정은 건전할 때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재정준칙 법제화의 시급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 정부 들어 아주 급하게 법제화해 당장 시행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전임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방만한 재정으로 나랏빚이 늘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해 재정을 더 풀어서 그분들을 도와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재정준칙을 준수하다 보면 결국은 사회정책과 복지재정을 최우선으로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은 말이 제대로 잘 가도록 돕는 고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재정준칙을 도입한 나라들은 그 과정에서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상당히 많은 예외 조항을 두고 유연하게 운용하고 있다”며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웨덴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재위는 15일 경제재정소위를 열어 재정준칙 법제화를 위한 국가재정법 등을 심사한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여야가 합의 처리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