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권 휘두르면 총선서 낙선한다는데…이철규 '사무총장 징크스' 깰까

입력 2023-03-14 18:36
수정 2023-03-15 02:03
국민의힘에는 17대 국회 이후 20년 가까이 깨지지 않고 있는 징크스가 있다. 바로 ‘총선을 앞두고 사무총장직을 맡으면 금배지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사무총장에 임명된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이를 피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요직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권한이 막강하다. 당무감사를 통해 공천 1순위 자리인 당협위원장의 교체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공천심사위원회에도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당연직 위원으로 합류한다. 자신의 공천권을 지키는 데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08년 18대 총선 이후 공천에 관여한 사무총장들은 본인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17대 국회에서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맡은 이방호 의원이 대표적이다. ‘친이(이명박)’계 실세였던 그는 당시 공천에서 ‘친박(박근혜)계’를 대거 탈락시켰다. 이에 친박 당원들을 중심으로 ‘이방호 낙선 운동’이 벌어졌고, 18대 총선에서 강기갑 전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사무총장을 맡았던 권영세 의원도 낙마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았던 황진하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지역구를 내줬다. 20대에서 사무총장을 맡은 김용태 전 의원은 공천 혁신을 위해 21명의 당협위원장을 탈락시키며 자신의 이름을 넣는 ‘셀프 청산’을 하기도 했다. 이후 21대 총선에서 진보 성향이 강한 서울 구로구에 배치돼 4선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번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도 의원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여권에선 벌써부터 ‘공천 쇄신’을 명분으로 대통령실 핵심 참모와 내각 인사 30여 명이 출마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여의도에 지분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한 ‘자기 사람’을 내보내고 싶지 않겠느냐”고 했다. ‘실세 정치인’인 이 의원이 사무총장직을 맡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윤핵관 4인방 중 한 명으로 장제원 의원과도 막역한 사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