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하남시 등 서울 강남 접경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주택 수요가 강남권으로 집중되면서 인근 지역 아파트값을 끌어내리는 ‘역(逆)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하남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들어 9.01% 하락했다. 경기 화성시(-9.80%)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3월 첫째주(6일 기준) 변동률은 -0.62%로, 경기 평균 하락률(-0.43%)을 넘어섰다.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이달 4일 8억5000만원에 거래돼 불과 한 달 전(9억94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가까이 급락했다. 신장동 대명강변타운 전용 84㎡도 같은 날 6억7000만원에 팔려 최근 2년 내 최저가를 기록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붙었던 매수세가 인접한 서울 송파·강동구로 옮겨 가면서 거래가 줄고 호가도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3 대책 발표 후 하락세가 둔화했던 과천시 아파트값도 다시 낙폭을 키우고 있다. 3월 첫째주 과천시 아파트값은 0.37% 떨어져 전주(-0.13%) 대비 하락 폭이 세 배로 커졌다. 과천시 부림동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지난 2일 14억1000만원에 거래돼 올초 기록한 최고가(15억7000만원)보다 1억6000만원 하락했다. 중앙동 래미안에코팰리스 전용 84㎡도 지난달 28일 최근 2년 내 최저가인 13억2000만원에 팔렸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과천시는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아 집값 반등이 더더욱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집값 하락을 틈타 강남권으로 진입하려는 수요가 강남 접경지 집값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 3구’는 여전히 규제 지역으로 묶여 있지만 실거주 의무, 전매 제한(3년) 등 규제는 폐지됐거나 대폭 축소됐다. 이에 따라 강남권 아파트값은 최근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3월 첫째주 송파구 아파트값은 0.03% 올라 작년 4월 첫째주 이후 1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서초구 아파트값 하락률도 전주 0.09%에서 0.01%로 축소되며 반등세로 돌아설 조짐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강남권 집값이 회복 기미를 보일수록 과천시, 하남시 등 ‘준(準)강남’으로 불리는 지역의 집값은 약세를 띨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