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14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사태와 관련해 “인출 금지 명령 등 시장 조치를 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한국판 SVB 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초기 뱅크런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 규모인 SVB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발생 약 2일 만인 지난 10일 파산했다. 김 의원은 “SVB 파산은 기존 은행 파산과 완전 다른 형태로 진행됐다”며 “이틀 사이 SVB 예금주들이 모바일로 인출하려고 시도한 금액 무려 55조6000억원이었다. 이러한 스마트뱅크런 이후 파산까지 고작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모바일뱅킹이 활성화 돼 있는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하루 평균 모바일 뱅킹 이용 건수는 2022년 전년대비 17.3% 확대된 1648만건 기록했다. 하루 평균 이용 금액도 14조2000억원으로, 10.3%나 증가했다”며 “초고속 디지털뱅크런은 금융당국이 개입할 시간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 이틀 사이 은행이 파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벤처스타트업의 자금난이 예상되는 만큼 모태펀드 지원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김 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한국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은 자금조달 대부분 기술보조기금과 모태펀드같은 정책금융에 의존한다”며 “정부는 우선적으로 모태펀드 예산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지급지연된 자금 지원을 조속하게 정상화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모태펀드 예산을 5200억원에서 3135억원으로 40% 감축했다. 모태펀드 정부자금 지급도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김 의원은 또 특수은행 설립 움직임에 대해 “현재는 구조조정 통한 새로운 은행업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 은행의 재무 건전성과 활동성 제대로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은행 특성상 수익 창출도 중요하지만 금융 안전성 더 중요한 지표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