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약, 20점대까지 떨어졌다가…갑자기 '75점' 무슨 일"

입력 2023-03-14 10:45
수정 2023-03-14 10:46
서울 청약이 부분적으로 반등기미를 보이면서 당첨 가점도 올라가고 있다. 관건은 '계약률'이지만, 가점이 올라간만큼 계약률도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청약 당첨의 가점 최고점은 75점, 최저점은 63점이었다. 최고점은 전용면적 84㎡B형에서 나왔다. 전용면적 59㎡C의 최고 가점이 74점이었고 △59㎡A(72점) △84㎡C(71점) △59㎡B(70점) △84㎡A(69점) 등이 뒤를 이었다.

청약 가점은 84점 만점이다.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따져 점수를 산출한다. 최저 가점은 63점이라도 3인 가족 기준으로 거의 만점 수준일 정도다. 그만큼 아꼈던 통장이 나왔다는 얘기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목동 생활권으로 분류됨에도,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게 책정돼 청약부터 관심이 높았다. 지난 7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9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9478명이 지원해 198.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첨 가점 커트라인이 높아지면서 계약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당첨 가점이 낮을수록, 최고점과 최저점의 차이가 클수록 계약률이 낮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말 청약을 했던 서울 아파트들은 10~20점대의 낮은 가점도 줄줄이 당첨이 됐다. 그러나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무순위청약 이른바 '줍줍' 물량으로 대거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작년 12월초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의 당첨 최저 가점이 20점을 기록했다. 최고가점은 77점으로 차이가 57점에 달했다. 비슷한 시기 성북구 장위동에서 분양한 '장위자이레디언트' 역시 당첨 최저 가점이 20점에 그쳤다. 이들 단지는 계약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추가로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기도 했다.

물론 희망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이 단지는 규제가 풀린 효과를 보면서 '가점제' 외에도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게 돼서다. 가점으로 당첨된 수분양자들은 계약포기율이 낮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첨으로 당첨됐다면 동·호수에 따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일반분양 98가구 중 59가구가 추첨 물량이다. ‘1·3 부동산 대책’으로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가점제 40%, 추첨제 60%로 당첨자를 선발하게 된데에 따른 것이다. 어찌보면 가점으로 당첨된 39가구만이 63~75점에 분포되어 있는 셈이다. 나머지 가구들은 각자 사정에 따라 계약을 포기하게 되면 계약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분양 관계자는 "서울에서 추첨제로 중소형 아파트 당첨자를 선정한 게 2017년 이후 5년 6개월 만이었다"며 "혹시나 해서 넣어본 청약자들의 허수가 많다면 계약률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규제가 풀린 후 첫 청약인만큼 앞으로 나올 서울 청약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