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시간이 백신 면역 반응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나 나왔다.
13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등 소속 연구진이 18∼60세 사이 건강한 성인 304명에 대한 독감 및 A형, B형 간염 백신 접종을 살핀 7개 연구를 메타 분석해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한 논문 내용을 보도했다.
연구팀은 하루 수면 시간 6시간 미만인 그룹과 성인 권장 수면 시간인 7∼9시간 숙면하는 그룹으로 나눠 각각의 면역 반응을 비교했고, 그 결과 똑같은 백신을 맞았어도 하루에 6시간 미만 자는 경우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나서 약 2달이 지나면 항체가 감소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이, 60세 이상 고령층보다는 18∼60세 사이 연령대가 면역 반응과 관련해 수면 시간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성의 경우 성호르몬 수치 변동으로 인해 남성과 비교했을 때 수면 시간에 따른 면역 반응 수준이 더 가변적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 저자인 카리네 슈피겔 박사는 "우리는 면역학 연구를 통해 성호르몬이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여성의 면역력은 생리 주기, 피임약 복용, 폐경 여부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백신 접종 전 충분히 잠을 자는 방식으로 백신 접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인 각종 질환, 비만 여부, 성별 등은 개개인이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수면 시간은 손쉽게 통제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조절하면 백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이자 미국 시카고 대학교 명예 교수인 이브 반 카터는 "좋은 수면은 백신의 면역 효과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백신의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백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수면 시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성호르몬이 면역 반응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