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실리콘밸리뱅크(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에 이어, 또 다른 지역 은행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당국의 지원 조치에 힘입어 혼조세로 마감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4일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영향과 변동성 확대로 약세 출발할 전망이다. ■ 코스피 약세 출발 전망MSCI 한국 지수 ETF는 2.16%, MSCI 신흥 지수 ETF는 0.16% 상승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294.40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8원 하락 출발, 코스피는 1%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 증시가 SVB 사태에 대한 미 정부 당국의 해법 발표에도 약세를 보이는 등 여전히 변동성이 확대된 점은 한국 증시에 부담"이라며 "특히 채권시장에서 패닉 Buy 사태가 발생하는 등 금리 변동성이 확대된 점은 불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증시는 전일 상승을 뒤로하고 1% 내외 하락 출발 후 재무제표가 견고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겠지만, 재정적으로 불안한 기업들의 매물 출회 가능성은 불가피 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일에도 SVB 사태 여진, 안전자산선호심리 강화, 2월 미 CPI 경계심리 등으로 변동성 장세를 전개할 전망"이라며 "장중 지수 급락 혹은 변동성 증폭 시 테마, 업종 보다는 시가총액 관점에서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분할 매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SVB 사태는 리먼과는 다른 이슈이고 기업 부실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뱅크런 우려 등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 美 증시, '제2 SVB' 우려 속에 혼조 마감13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90.50포인트(0.28%) 하락한 31819.14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5.83포인트(0.15%) 떨어진 3855.76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49.96포인트(0.45%) 오른 11188.84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여파, 3월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주시했다. 개장 초 선물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시장이 개장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다만 장중 하락과 상승을 오가며 변동성은 큰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역 은행들의 주가가 당국의 조치에도 폭락세를 보이는 등 불안한 모습은 이어졌다.
이날 실리콘밸리 소재 다른 은행인 퍼스트 리퍼블릭의 주가가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 우려로 60% 이상 폭락했다. 찰스 슈왑의 주가는 장중 20% 이상 폭락했다가 11%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지수(VIX) 26을 돌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급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0bp 이상 하락하며 3.43%까지 밀렸다.
2년물 국채금리는 60bp 이상 떨어지며 최저 3.91%까지 밀렸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 Fed 물가잡기? 시스템안정? 고심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SVB 파산 사태로 연준이 '인플레이션 잡기'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40년만의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지상과제였지만, 연준의 또 다른 존재 이유는 미국의 금융시스템 안정이라는 사실이 새삼 부각됐다는 것이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의 미국 금리 분야 대표 수바드라 라자파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다만 그럴 경우 금융 시스템의 약점이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자파 대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처와 금융 시스템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고수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당초 시장은 연준이 이번 달 FOMC에서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러나 SVB 파산 이후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베이비 스텝'을 유지하면서 숨을 고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이번 달 회의 때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9.3%에 달해 0.5%포인트 인상 확률 10.7%를 크게 앞섰다.
골드만삭스는 한 걸음 더 나가 연준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긴축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이번 달에는 일단 쉬어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SVB 파산에 유럽증시 일제 하락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13일(현지시간) 유럽 증시도 출렁였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이날 일제히 하락 마감했으며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에서 특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05% 하락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는 3.51% 내려갔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3.04% 떨어졌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는 2.90% 내렸다. 영국 런던 중시의 FTSE 지수는 2.58% 하락한 7548.6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도 3.14% 하락한 4096.54를 기록했다. 이날 유럽 주가 하락은 유럽 은행들이 이끌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9.6% 하락해 사상 최저를 찍었고 독일 코메르츠방크, 스페인 사바델,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 주가는 각각 12.7%, 11.4%, 6.2% 내려갔다.
SVB 본사 파산으로 위기에 처한 SVB 영국법인을 1파운드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HSBC 주가도 4.1% 떨어졌다.
유럽연합(EU)은 이날 SVB 파산이 유럽 금융시장에 미칠 '중대 위험'이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파올로 겐틸로니 EU 재무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산으로 인한) 간접적 영향 가능성은 주시해야 할 부분이지만, 현재로선 중대한 위험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 2월 수입물가지수 2.1%↑…유가·환율 상승으로 넉 달 만에 반등지난달 국제유가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입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이(원화 환산 기준) 넉 달 만에 상승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2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수준 100)는 138.03으로 1월(135.20)보다 2.1% 상승했다.
지난해 11월(-5.5%), 12월(-6.5%), 올해 1월(-2.1%)에서 넉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품목별로는 1월과 비교해 원재료 중 원유를 포함한 광산품(2.2%)과 농림수산품(2.8%), 중간재 중 석탄·석유제품(5.7%), 화학제품(2.1%)의 상승 폭이 컸다.
2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15.17로, 1월(114.37)보다 0.7% 올랐다. 반도체 가격 약세에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수출물가 역시 넉 달 만에 전월 대비 상승 전환했다. 환율 효과를 제한한 계약통화 기준 수출 물가는 전월보다 1.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농림수산품(-2.0%), 석탄·석유제품(-4.6%) 등이 내렸으나 화학제품(2.6%), 운송장비(1.8%), 제1차금속제품(1.5%) 등이 수출 물가를 끌어올렸다.
세부 품목에서는 과일(-16.5%), 제트유(-13.1%), 경유(-6.4%), 시스템반도체(-3.5%) 등이 내렸으나, 폴리에틸렌수지(5.9%), 중후판(7.5%), RV자동차(1.8%) 등이 올랐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