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4일 14: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 처리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SM엔터 지분 14.8%를 인수하면서 자회사인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의 이 전 총괄 지분도 사들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SM엔터 경영권을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양보하기로 하면서 이 전 총괄이 보유한 두 자회사 지분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SM브랜드마케팅은 연예인 굿즈의 제작 및 유통 사업을 맡고 있으며 드림메이커는 아티스트들의 해외 공연 기획 및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SM엔터가 100% 보유해야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이 전 총괄이 하이브에도 배신을 당한 꼴이어서 순순히 해당 지분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수만, 개인회사 카카오에 넘길까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의 지분 소유권은 여전히 이 전 총괄에게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아직 하이브와 주식매매계약(SPA)도 체결하지 않았다.
이 전 총괄과 특수관계인들은 SM브랜드마케팅 지분 42.31%와 드림메이커 지분 24.1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SM엔터가 보유한 SM브랜드마케팅 지분율은 42.04%, 드림메이커 지분율은 59.93%다. SM엔터도 두 회사로부터 수익을 배분 받을 수 있지만 이 전 총괄 역시 지분율에 따라 수익을 챙겨갈 수 있어 카카오나 SM엔터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당초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한 두 회사 지분을 700억원에 인수한 뒤 적정 가치를 매겨 SM엔터에 되판다는 방침이었다. 그간 제기되던 지배구조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하이브가 SM엔터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의 매각이 공중에 뜨게 됐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SM엔터 지배구조 문제와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이들 회사의 지분을 넘겨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전 총괄이 자신이 지분을 매각했던 하이브가 아닌 카카오가 SM엔터 경영권을 확보하게 돼 카카오에 이들 회사 지분을 넘길지는 불투명하다.
만일 이 전 총괄이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할 경우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지적했던 SM엔터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게 된다. SM엔터와 카카오가 내건 주주가치 상승과 이로 인한 주가 상승도 제한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기간 내재화 힘들어...이수만 설득이 관건”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엔데믹 단계에서 들어서면서 두 회사의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전 총괄 지분을 확보하는데 실패할 경우 SM엔터 입장에서는 유출되는 수익의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 공연 기획 및 제작회사인 드림메이커는 2021년 매출액 206억원에 영업손실 2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K팝 아티스트들의 해외 공연이 끊기면서다. 하지만 최근 해외 공연이 늘어나면서 올해는 예년 수준의 실적 회복 가능성도 점쳐진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드림메이커의 매출액은 795억원, 영업이익은 43억원에 달했다.
SM브랜드마케팅의 2021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51억원, 50억원이었다.
일각에서는 SM엔터가 공연 기획 및 제작, 굿즈 유통 등을 내재화하면 이들 회사와의 계약을 사실상 무력화 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 SM엔터는 지난달 카카오와의 협력 방안 등을 담은 미래 성장전략 SM 3.0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엔터업계에서는 대형 공연기획이나 글로벌 굿즈 유통 등은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를 비롯해 인적·물적 자원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내재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SM엔터가 내재화 선언을 하더라도 당분간은 이들 회사와의 불편 동거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SM엔터가 드림메이커의 대주주이자 SM브랜드마케팅의 2대 주주인 상황에서 굳이 내재화를 위해 새로운 회사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내재화를 위해 드는 비용보다 인수 비용이 더 적게 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카카오가 SM브랜드마케팅이나 드림메이커 인수를 위해서는 이 전 총괄을 설득하는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들 회사에 대한 인수가격을 올리거나 다른 형태의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SM브랜드마케팅과 드림메이커 매각은 결국 감정 문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카카오가 이 문제를 얼마나 유연하게 해소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