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국채 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2원40전 내린 1301원80전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298원30전까지 내리기도 했다.
긴축 충격으로 SVB가 파산하고 다른 은행이나 스타트업도 비슷한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에서 Fed가 오는 21~22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퍼진 데 따른 것이다. SVB 사태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선 Fed가 미국의 고용지표 호조 등을 이유로 빅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SVB 사태 이후 선물시장에선 빅스텝 예상 확률이 0%로 떨어지고 베이비스텝(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일각에선 ‘금리 동결’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 달 만에 103대로 내려왔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SVB 파산은 Fed의 양적긴축이 중소형 은행의 자금 사정을 일순간 악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Fed의 양적긴축 속도 조절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인) 최종금리 재조정 가능성 등이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장·단기 국채 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시장 지표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268%포인트 내린 연 3.435%에 마감했다. 2008년 10월 9일 0.28%포인트 하락한 후 최대 낙폭이다.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0.219%포인트 하락한 연 3.398%에 거래를 마쳤다.
Fed의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14일로 예정된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결과에 따라 외환·채권시장은 요동칠 수 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처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국 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