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첫 번째 순수 전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기아 EV9'의 실물을 15일 공개했다.
EV9은 기아가 EV6에 이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두 번째 전기차로, 국산차로는 첫 대형 전기 SUV라 관심이 쏠린다. 차 이름은 전기차를 의미하는 'EV'와 전용 전기차 라인업에서 플래그십 위치와 역할을 상징하는 숫자 '9'를 더해 정했다.
EV9은 긴 휠베이스(축간거리)와 넓은 실내 공간이 특징이다. 3열 7인승으로 설계됐다. 전폭과 전고 등 차체 비율이 정통 SUV 형태라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개된 실물 사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내부 공간감이다.
순수 대형 전기 SUV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 했다는 설명. 내부 바닥을 평평하게 설계할 수 있는 전기차 특징을 활용해 2열 좌석을 돌려 3열과 마주볼 수 있도록 했다. 뒷좌석 콘솔 후면에 테이블을 설치해 아웃도어 활동 등 소비자가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이민영 기아 내장디자인팀장은 "1열 중앙 콘솔 아래에 대형 수납함이 있고 상단에 여러 수납공간, 무선 충전 기능도 기본적으로 장착이 돼 있다"며 "2열에는 독립형 시트가 적용돼 있으며 E-GMP 플랫폼을 활용해 스위블(회전) 시트와 같은 다양한 옵션들을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운전석 대시보드에는 12.3인치 콤보 디스플레이가 적용됐고, 그 아래로 5인치 공조 화면을 연결했다. 대부분의 버튼은 감압식 센서를 탑재한 터치 방식이지만 볼륨, 공조 등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스위치의 경우 물리 버튼을 그대로 남겨 직관성을 높였다.
외부 디자인은 전기차의 미래지향적 모습을 강조하면서 기아의 전통적 디자인 철학을 유지했다. 2021년 'LA 오토쇼'에서 공개해 호평을 받았던 EV9 콘셉트카의 웅장하고 각진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
전면부 그릴이 있던 자리에는 깔끔한 면 위로 조명을 여러 개 배치해 미래지향적 인상을 풍기도록 설계했다. 기아의 패밀리룩인 타이거페이스도 적용됐다. 그릴 대신 '캡'과 '메탈 가니쉬' 소재로 그래픽적 요소를 더했다.
헤드램프는 수직 형태로 만들어져 기존 기아 SUV의 모습을 따랐다. 후면부는 차폭을 강조하는 리어램프로 통일감을 줬다.
구체적 사양이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기아는 콘셉트카 공개 당시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 482km 수준을 목표로 하고, 초급속 충전 시 20~30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게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격은 엔트리 모델 기준 7000만원대가 유력하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은 지난해 컨퍼런스콜에서 "EV9 가격은 제조업체 권장소비가격(MSRP) 기준 5만 후반~7만달러(약 7300만~9200만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는 이달 말 EV9 온라인 월드프리미어를 통해 세부 사양을 공개할 예정이다.
카림 하비브 기아 부사장(디자인센터장)은 "EV9은 공간성과 개방감을 강조하기 위해 넉넉한 내부공간, 최적의 창문 비율을 구현했다"며 "성능적으로도 뛰어나면서 견고한 디자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영상=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