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따돌림에 아내 극단 선택"…국공립 어린이집 '발칵'

입력 2023-03-13 16:09
수정 2023-03-13 16:10

충남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 숨진 교사의 남편이 아내가 동료 교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육군 중령이라고 밝힌 숨진 교사의 남편 A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역 갑질(따돌림)해 극단적 선택을 유도한 사건을 도와달라'는 글을 올리고 도움을 호소했다.

남편 A씨는 자신과 아내의 실명을 공개하고 "저희 부부는 아들 세 명을 두고 있다"며 "너무나 억울한 일을 당하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가정은 지옥이 됐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지난해) 새로 개원하는 어린이집에 선발된 교사들은 아내와 나이와 경력이 비슷했는데, 이들은 아내를 시기하고 질투했다"며 "아내에게 불평불만을 가지면서 집단으로 뭉쳐서 각종 모략과 허위 사실로 아내를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아내 B씨는 해당 어린이집에서 초대 주임을 맡았다고 한다. 그러나 보육교사 자격증만 있었는데 주임을 맡았다는 이유로, 대학 출신 보육교사들로부터 무시와 따돌림을 당했다는 게 남편 A씨의 추정이다.

B씨는 지난달 28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A씨는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 "1년여간 쌓인 직장 내 따돌림, 이간질 등 험담, 사실상 왕따 수준의 선생들 대우와 최근 발생한 고충 제기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급성 우울증 상태를 겪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년간 누적된 스트레스와 고통이 무의식 상태인 자기 몸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면서 "저는 아내의 사건을 '타인에 의한 죽음'이라고 생각하고, '직장 내 집단 따돌림, 집단 괴롭힘이 불러일으킨 참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B씨가 사회서비스원에 관련 고충 상담을 한 기록과 정신과 진료 진단서를 받은 것을 함께 공개했다. 고충 상담 기록에는 B씨가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소외감을 느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으며, 진단서에는 '직장 내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 불안, 의욕 없음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내원해 진료받은 환자'라는 기록이 적혀있다.

A씨는 "가해자들이 아내에게 어떤 위해를 가했는지 밝히고 이에 합당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기를 원한다"며 "제 아내와 아이들이 자살한 여자의 자식들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C 어린이집 교사들이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되고, 실추된 아내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