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안듣는 암, 신약 물질 치료길 열리나

입력 2023-03-13 14:12
수정 2023-03-13 14:17

항암제가 듣지 않아 암이 재발·전이했을 때 치료 효과를 보이는 신약 후보 물질이 개발됐다.

13일 연세대 의과대학 외과학교실 정재호·박기청 교수 연구팀은 기존 항암제로 치료할 수 없던 암 줄기세포의 생존 원리를 알아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선도물질을 찾았다고 밝혔다.

일반 암세포의 경우 항암제를 투여하면 종양의 미세환경이 나빠져 사멸한다. 항암제로 인해 암세포가 받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계속되면 단백질 IP3R가 분비하는 칼슘이온이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 쌓이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 환자에게는 암 줄기세포가 활성화해 항암제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보인다. 이 경우 기존 항암요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해 '난치성 암'으로 구분된다.

먼저 연구팀은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의 생존 원리를 확인했다. 항암제 복용 도중 재발·전이된 환자에서 채취한 암세포 분석 결과, 암 줄기세포를 지닌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가 발견됐다. 또 암 줄기세포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한 단백질 PMCA가 칼슘이온 농도를 낮춰 생존을 이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항암제 저항성을 높이는 단백질 PMCA를 억제하기 위한 선도물질(candidate 13)을 개발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기존의 표준항암제와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하는 동물 실험으로 치료 효과를 봤다.

연구팀은 표준항암제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소라페닙(sorafenib)에 각각 저항성을 보여 재발·전이된 환자의 암세포를 동물 모델에 이식했다. 이후 각 항암제를 종양에 단독 투여해 종양 크기 변화를 살펴봤다.

그 결과, 옥살리플라틴만 투여했을 때 평균 200㎣였던 종양 크기는 20일 뒤 354.44㎣, 30일 뒤 1593.2㎣, 40일 뒤에는 2756.36㎣로 계속 커졌다. 소라페니브 단독 투여 결과 역시 20일 뒤 365.26㎣, 30일 뒤 1116.26㎣, 40일 뒤 2998.77㎣로 커지며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였다.

이어 옥살리플라틴·소라페니브와 선도물질을 각각 함께 투여한 후 종양 크기를 측정한 결과, 성장 속도가 줄었다.

처음 200㎣였던 종양에 옥살리플라틴과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했을 때는 20일 후 254.32㎣, 30일 후 288.41㎣, 40일 후 283.44㎣로 점차 줄었다. 처음 200㎣였던 종양에 소라페니브와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했을 때는 20일 후 274.33㎣, 30일 후 303.14㎣, 40일 후 298.97㎣로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오히려 크기가 줄어들기도 하는 등 성장 속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항암제 저항성 암뿐만 아니라 줄기 세포성 암의 특징을 보이는 다른 난치성 암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종양 미세환경이 나빠졌을 때 세포질 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해 사멸을 피한다는 점이 같아서다.

정재호 교수는 "항암제 저항성 암 치료를 위해 기존 항암제와 선도물질(candidate 13)을 동시 투여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난치성 암 치료를 위한 치료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