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실세 총리’가 많았다. 초대 저우언라이 총리는 27년 재임 기간 외교와 행정을 맡아 중국 현대화의 기반을 다졌다. 신화통신은 “마오(毛)가 없었으면 중국 공산혁명의 불길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저우(周)가 없었다면 혁명은 재가 됐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총리의 힘이 공산당 총서기(국가 주석 겸임)보다 강했던 적도 있다.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진압한 리펑 전 총리는 자오쯔양 전 공산당 총서기를 사실상 축출했고, 자오쯔양의 후임 장쩌민도 리펑을 어려워했다.
리펑의 후임 주룽지 전 총리는 “나는 당에 도움이 된다면 무슨 말도 꺼리지 않을 것”이라며 장쩌민과 대립각을 세우고 국유기업 개혁 등을 밀어붙였다. 이런 권력 구도가 바뀐 게 시진핑 현 주석 집권 후부터다. 시 주석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던 리커창 총리는 10년 동안 류허 부총리 등 시 측근그룹(시자쥔·習家軍)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다 최근 소리 없이 은퇴했다.
견제가 사라진 중국에선 ‘1인 종신 집권’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3연임을 확정지었다. 공산당 창당 7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952명의 대표가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집권 1기 때만 해도 반대(1표)·기권(3표)이 있었으나 연임 때부터 싹 사라졌다. 대신 이날 3연임 대관식 때는 박수가 등장했다. 그가 취임 선서를 위해 단상으로 올라갈 때 ‘전례 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고, 다른 고위 간부들도 얼떨결에 일어나 박수를 따라 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해외 언론들은 당(黨)·군(軍)·정(政)을 한손에 틀어쥔 시진핑 1인 시대의 ‘진풍경’이라며 “충성 경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주요 보직을 모두 측근으로 채워 넣고 있다. 총리엔 비서실장 출신 최측근 리창을 앉혔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역대 최약체 총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되는 것은 절대권력의 향배다. 집권 10년 동안 중국몽을 주창해온 시 주석은 임기 내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올해 업무보고 때도 ‘전시체제’ 전환을 강조했다. 주먹을 불끈 쥔 취임 선서 모습은 브레이크 없는 권력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듯하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