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표현 중 하나가 물가 상승세 둔화라는 뜻을 가진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달 1일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하면서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Fed의 피벗(정책 기조 전환)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1월 CPI는 전년 동월보다 6.4% 올랐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6.2%)보다 높은 수치다. 이후 파월 의장이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쏟아내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시장에서 쑥 들어갔다.
14일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분석이 여전히 유효한지 가늠할 수 있는 2월 CPI가 발표된다.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시점에서 CPI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이냐,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냐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시장 전망(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보다 더 높으면 빅스텝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도 Fed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변수로 떠올랐다. SVB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경우 Fed가 빅스텝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국내에선 통계청이 15일 ‘2월 고용동향’, 기획재정부가 17일 ‘3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발표한다. 1월 취업자 수는 2736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만1000명 증가했다. 23개월 연속 증가세지만, 증가폭은 작년 12월(50만9000명) 대비 9만8000명 줄었다. 8개월째 둔화다. 2월 지표를 보면 실물 경기 둔화가 지난달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확인할 수 있다.
국회에서는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주목된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8%에서 15%(대기업 기준)로 높이는 정부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야당이 한국 반도체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민주당은 입장을 바꿔 이달 내 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