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3년에 비대면 진료 일상 됐는데…野·의료계 또 반대 기류

입력 2023-03-12 18:25
수정 2023-03-20 20:13


“비대면 진료가 시행되면 대형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쏠리고 오진 사고도 빈번해질 것이다.”

의사와 약사들이 비대면 진료를 반대해온 근거다. 팬데믹 3년간 이런 주장이 기우였다는 게 입증됐다. 국민 4명 중 1명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했지만 환자 쏠림이나 심각한 의료사고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영구적’으로 허용하는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한 배경이다. 5월께 다시 ‘불법’ 되는 비대면진료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5월께 국내에서 비대면 진료는 다시 ‘불법’이 된다. 국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께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은 WHO 결정에 맞춰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에서 ‘경계’ 또는 ‘주의’로 내리기로 했다. 감염병 관리법에 따라 ‘심각’ 단계에만 허용된 한시적 비대면 진료는 시행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목표 시점을 6월로 제시했다. 팬데믹 위기 경보가 낮아져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종료되면 의료 현장에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자·고령층 비대면 혜택 뚜렷팬데믹 기간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국내 의료 시스템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2020년 2월 이후 3년간 1379만 명의 환자가 의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지난해 1년 동안 이뤄진 진료가 1272만 명, 3200만 건이다. 비대면 진료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한 329만 명, 736만 건을 추가 분석했다. 그 결과 고령 환자와 경증·만성 질환자가 비대면 진료 혜택을 크게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 환자 중 만 60세 이상 비율은 39.2%다. 만 20세 미만 환자(15.1%)보다 많았다. 비대면 진료를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도 60대(17.3%)였다. “고령층은 모바일 앱 활용도가 낮아 비대면 진료 서비스 혜택도 젊은 층에 국한될 것”이란 의료계의 시각과는 다른 결과다.

비대면 진료 환자 중엔 평소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가 많았다. 고혈압 환자가 15.8%, 급성 기관지염 7.5%, 합병증 없는 2형 당뇨 환자가 4.9% 순이었다. 만성질환자는 비대면 진료 시행 후 약을 더 꾸준히 먹는 등 질병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고령층일수록 이런 효과가 뚜렷했다.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 뒤 ‘처방지속군’은 고혈압에서 3.1%, 당뇨병에서 1.7% 늘었다. ‘간호법’ 갈등에 합법화 가시밭길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강병원 의원 등이 각각 비대면 진료를 합법화하는 세 건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 유효성을 확인했지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와 여당이 비대면 진료 ‘속도전’을 펴면서 야당 내부에서 ‘신중론’이 번지고 있어서다.

의사와 약사 단체의 반대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지난 2월 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합의하면서 의사단체의 반대 목소리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당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는 ‘동네의원 중심’ ‘재진환자 대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간호법 제정안’이 복병이 됐다. 국회 본회의에 계류 중인 이 법안에 반대하는 의사협회가 의료현안협의체 참여를 중단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면 진료 반대’로 돌아설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