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연금 개혁 법안이 11일 밤(현지시간) 상원에서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정년 연장을 통해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연금 개혁을 강행하겠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가 정년 연장을 골자로 추진하는 연금 개혁 법안이 11일 프랑스 상원을 통과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수백 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상원은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다"며 "앞으로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안 최종 통과까지는 여전히 많은 절차가 남아 있다. 우선 하원이 이 법안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는 15일로 예정된 양원 공동 위원회에서 법안을 검토해 최종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최종안을 두고 16일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프랑스 하원에서 범여권은 하원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야당의 동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좌파 연합 뉘프와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이 연금 개혁안에 반대하는 만큼 정부와 여당은 연금 개혁에 우호적인 우파 공화당의 지지를 얻는 게 관건이다.
하원 통과에 실패하면 프랑스 정부는 헌법 제49조 3항을 발동해 표결 절차 없이도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절차적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고, 민심의 반발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이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프랑스 현지에서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는 그 규모가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여러 도시에서 열린 시위에 36만8000명이 참여했다. 주최 측인 노동총동맹(CGT)은 1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가 연금개혁에 나선 것은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한꺼번에 은퇴하면서 연금 수령액이 늘어나 연금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어서다. 개혁안은 정년을 62세에서 2030년까지 64세로 올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점을 늦추는 게 골자다. 대신 최소 연금 수령액은 최저임금의 75%에서 85%로 올리고, 연금 100% 수령을 위해 필요한 근속연수를 42년에서 2027년 43년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