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월경권 보장'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케냐의 한 여성 상원의원이 흰색 정장 바지에 월경혈로 추정되는 붉은 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등장해 화제다.
10일(한국시간) AP통신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의회에 나타난 여성 상원의원 글로리아 오워바(37)의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붉은 자국이 묻은 바지를 입고 의회에 나타나 "나도 바지에 묻은 걸 알고 있지만, 자연스러운 일이니 그냥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워바 의원은 출석을 거부당했다. '복장 규정 위반'이라는 게 의회 측이 밝힌 거부 사유지만, 매체는 월경혈로 추정되는 흔적에 대한 아프리카 특유의 거부감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의원들 사이에선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너무 외설적이다" 등 오워바 의원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오워바 의원은 왜 이런 파격 행보에 나서게 된 걸까. 바로 2019년 케냐의 학교에서 첫 월경을 경험한 14세 소녀가 "더럽다"는 교사의 비난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다. 당시 교사는 학생을 교실에서 내쫓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의 어머니는 "첫 월경이라 생리대를 준비해가지 못했다"고 눈물을 터뜨렸다.
오워바 의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월경혈을 흘리고, 남에게 보이는 것은 결코 범죄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아프리카의 고정관념 타파를 위해 뛰고 있다. 그가 추진하는 법안은 케냐 전역의 여학생에게 생리대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늘리는 내용이다. 2020년 케냐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도시 지역 여성의 65%, 농촌 지역 여성의 46%만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